회원 10만명 넘는 인터넷 카페 여러개
수험생 경험담 넘어 합격가능 점검도
학원 안 다니거나 중위권 학생에 도움 하루 방문자 1000명, 날마다 새로운 글이 1000개 이상 올라오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요즘 같은 입시철이면 하루 수백 개의 입시 관련 질문이 쏟아진다. 바로 인터넷 수능 카페다. 국내 최대 수능 카페인 ‘수능연구모임’은 회원수가 23만명에 이른다. 2000년 10월에 처음 개설된 이 카페는 하루 500명이 넘는 신규 회원이 가입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daum.net)에만 회원이 10만명을 넘는 수능카페가 4개나 된다. 2000년 초반부터 만들어진 인터넷 수능 카페는 2002년 말부터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해 수험생들에게 주요한 정보 제공처가 됐다. 수능 카페에서 입시정보만 얻는 것이 아니라 학습 상담도 하고 있다. 수능 카페의 콘텐츠는 입시나 학습과 관련된 수험생들의 질문과 답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지원 학교와 수능성적, 내신성적뿐만 아니라 합격 여부까지 공개하는 모의 지원 또는 점수 공개 게시판이 유행하고 있다. 이제는 수능 카페에서 단순히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들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카페에 가입하고 정회원이 되면 실제로 합격한 성적과 불합격한 성적을 확인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수능 카페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를 입시정보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원에 다니지 않거나 중위권 수준의 학생들에게 수능 카페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수능 카페에서는 전국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방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수험생들이 7차 교육과정과 수능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고 있다. 인터넷 수능 카페들은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대 규모의 수능 카페인 ‘수능연구모임’은 공부 경험담과 수험생들의 수기가 많고, ‘재수생모임’은 재수생들의 생활을 담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다. 그리고 ‘수능뽀개기’는 운영자의 공부 방법 소개가 특징이다. 이외에도 ‘의대가자’, ‘우리 교대가요’ 등의 카페는 특정 전공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최근에는 입시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카페도 등장하고 있다. ‘교육혁명수능연구소’는 입시전문기관이 운영하고 있고 ‘수능정보카페’는 현직 학원 강사가 운영한다. ‘수능정보카페’를 운영하는 윤정현(36)씨는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유는 자생적인 카페에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수능 카페 운영자들은 “학습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들은 교사들이나 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상담 게시판을 운영하다 보면 하루 1시간 이상을 답글에 매달려야 하나 그런 일을 맡아 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몇몇 수능카페 운영자들은 스스로 학습 상담을 맡아 줄 운영자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운영자들이 공통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교재와 강의 평가 게시판이다. 대부분의 카페에는 교재나 학원 강의에 대한 평가를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전문적인 수준에는 이르지 못해 학생들의 주관적인 평가를 담고 있다. 수험생 사이의 입 소문에 민감한 관련 업체들이 이 게시판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운영자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평가 기준을 정한 뒤 평가모임을 통한 평가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능뽀개기’의 운영자 김성민(26)씨는 “재미있는 것을 보고 시간을 보내려면 수능 카페 말고도 인터넷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굳이 수능 카페가 그런 내용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능 카페에는 자유게시판과 같이 유머나 다양한 소재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이 없거나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부 운영자는 입시에 찌든 수험생들에게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게시판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하며, 몇몇 수능 카페는 회원들에게 간단한 게임을 제공하기도 한다. ‘재수생모임’의 운영자 배승철(26)씨는 “교육과정이 새로워지고 수능제도도 많이 개선됐으나 교육 인프라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결국은 학생들이 사설학원의 배치표를 보고 줄서서 대학에 들어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수능 카페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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