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등 “인성교육 후퇴” 거센 반발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사실상 부활시키고 수우미양가 식의 단계별 평가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교원 및 학부모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서울학생 학력 신장 방안’을 발표해 “2005학년도 1학기부터 일선 초등학교 자율로 한 학년 전체가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8년 만에 사실상 부활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제고사는 지난 1996년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 취임과 함께 줄세우기식 평가를 지양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라진 바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학력평가’ 같은 한줄 세우기식 일제고사는 금지할 것”이라면서도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로 ‘학업성취도’ 시험을 보는 것이 가능하며, 시험 시기·횟수·평가방법 등은 학교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학부모에게 초등학생 자녀의 시험 성적을 구체적으로 통지할 수 있는 ‘단계별 성적평가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술형 성적통지 방식’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수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못한다”며 “수우미양가 평가방식이나 등수 공개 등은 금지하되, 일선 학교에서 매우잘함·잘함·보통·못함·매우못함 등 단계별 성적평가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해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다음달 중 일선 학교에 10여개의 통지양식을 예시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이 이날 공개한 성적통지 양식 사례를 보면, 각 과목 단원별로 목표를 세분해 제시한 뒤 ‘매우잘함·잘함·보통·노력요함’ 등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게 돼 있으며, 학습·생활태도도 ‘매우만족·만족·보통·부족’ 등으로 평가하게 돼 있다. 하지만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은 이에 대해 ‘일제고사 및 수우미양가 평가방식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학력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는 사실상 같은 개념이고, 한날한시에 치러지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결국 일제고사를 부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매우잘함·잘함·보통·잘함·매우못함 식의 단계별 평가방식 역시 수우미양가 평가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이금편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국장은 “일제고사와 수우미양가식 평가방식이 부활하면 반별·학생별 학력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험 대비 수업으로 인해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도 “초등학교 때는 학력신장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며 “시교육청의 학력신장 방안이 시행될 경우,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인성교육 대신 자녀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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