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도도 혼선…학생·학부모 혼란 불러
입학사정관제 도입 및 논술·심층면접의 출제 방향 제시 등 2008학년도 새 대학 입시안과 관련한 대학 쪽의 준비가 지지부진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새 입시안의 내신 비중 확대를 위해서 2006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점차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생부를 제대로 읽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입학업무를 전담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현재 10개 미만 대학이 전형업무 개발을 위한 전문위원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이를 확대 개편하고 내실화해서 학생부 기록 검토와 대학·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른 전형방식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 입학사정관제 곳곳 험로=대학들은 점수가 아니라 학생의 총합적인 잠재능력을 고려하는 사정관제 도입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그 안착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올해 입학사정관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성균관대와 한양대, 연세대도 사정관의 소임과 기능을 두고서는 대개 제각각의 견해를 내비쳤다. 현선해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사정관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줄지와 이들의 판단을 사회가 믿어줄지에 대해 확신이 생기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성대는 이달 중순 대학 대표단을 매사추세츠공대(엠아이티) 등 미국 주요 대학에 보내 이 대학의 선발시스템을 살펴보게 하는 등 사정관제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 처장은 “순수한 미국식 사정관제는 부정이나 부작용의 소지가 있어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적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의 백윤수 전 입학처장은 “현재 학부 1년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정보를 알려주고 상담도 해주는 학사 지도교수의 역할을 입학사정관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를 올해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17명의 학사 지도교수가 고교와 대학교육 과정을 2 대 8의 비율로 살펴보고 있다”며 “이 비율을 거꾸로 바꾸어 놓으면 도입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도 2008학년도 도입에 앞서 시범실시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 등 상당수 대학들은 도입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인묵 고려대 입학처장은 “‘3불 정책’을 걸어놓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회 전체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동숙 이화여대 입학관리처장은 “대학이 질적이고 다면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일선 고교에서 자료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태 경희대 입학처장은 “자율적으로 엄격히 입학관리를 하고 있는데 사정관 제도를 따로 둬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대학·정부 공동연구 필요=대학들은 행정·재정적 지원과 함께 입학사정관제 기능과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공동 정책연구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전형료 수입을 사정관 인건비로 활용하도록 올해 안에 법적 근거를 만들고, 국·공립대에는 사정관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할 계획이나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백 전 처장은 “2천여 전국 고교를 관장하기 위해서는 20~3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전형료를 올릴 경우 (학부모) 말이 나오게 된다”며 비용 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아울러 국·공립대에서 학생 선발이라는 핵심 구실을 담당하는 사정관을 계약직으로 충원하면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 내년 7~8월께나 전형안 나와=각 대학들은 또 새 입시안의 적용을 받는 학생·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대학별 논술이나 심층면접의 출제 방향이나 비중에 대해서는 대부분 “윤곽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올 입시안을 3월까지 확정한 뒤 그 다음부터 연구팀을 운영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쪽도 “올해 입시를 치르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2008학년도 입시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려대 쪽은 “대학들이 동일한 입시전형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입시전략 자체를 대학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밝혀 나름의 독창적인 방안을 구상 중임을 내비쳤다. 서강대는 올해 정시 논술 영역을 인문사회·이공자연·경제경영 등 3개(지난해 2개)로 분화시켰다. 그 결과를 봐서 2007~08학년도에는 4개나 5개 영역으로 심화·분화시킬 수 있다고 김영수 입학처장은 밝혔다. 성균관대는 “미국 대학과, 엘지 등 일류 기업의 선발 관행을 벤치마킹하고 또 심리학과 교육학 전공의 국내 유명 교수들로 위원회를 만들어 새 평가 기법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내년 7~8월께 2008학년도 대학별 전형계획을 사전예고할 방침이어서 해당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은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성만 서수민 김남일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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