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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광주의 자존심 지켜라” 40대 노동자 소주 1병반 먹고 ‘범행’ 또다른 ‘의인’의 출현인가, 술취한 자의 행패인가? 지난 2001년 11월 새벽 3시40분 곽태영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위원회 상임공동대표는 서울 탑골공원 정문의 ‘삼일문’ 현판을 떼어냈다. 곽 회장은 이틀날 기자회견을 열어 “민족정기가 서린 탑골공원에 일제시대 장교 출신인 박정희의 친필 현판이 붙어 있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물건 손상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곽 회장은 이에 앞서 2000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공원 안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을 철거하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1월 광주지역의 한 40대 노동자가 광주시 관문로에 일본도시 이름을 붙인 것을 항의해 표지석을 망치로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6일 밤 광주 센다이로 표지석 망치로 훼손
광주 서부경찰서는 7일 호남고속도로 동림나들목~광주 상무 새도심을 잇는 관문로에 ‘일본식 이름을 붙여 기분 나쁘다’며 ‘센다이로’라고 쓰여진 표지석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김아무개(48·노동·광주시 광산구 송정동)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6일 오후 5시50분께 광주시 서구 유촌동 센다이로 들머리에 세워진 표지석을 망치로 10여차례 내려쳐 일부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6일 일감을 구하러 상무 새도심 쪽에 나갔다가 허탕을 치자 오후 3시께 도로 주변에서 소주 한병반을 마시고 석양무렵 일을 벌였다. 김씨는 표지석을 망치로 부수는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의 신고로 광주서부경찰서 상무지구대에 곧바로 붙잡혔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의 ‘범행’이 술기운 탓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를 2시간 남짓 조사한 서부경찰서 담당 형사는 “‘소신껏 행동한 만큼 후회는 없다’고 진술하더라”며 “평소 주량이 소주 서너병이어서 술에 취하지 않았고 말도 또렷해 조사과정에서 아무런 승강이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왜 센다이로 표지석을 부쉈을까? 그렇다면 김씨는 왜 표지석을 부쉈을까. 김씨는 경찰에서 “‘광주 관문로에 일본 이름?’이라는 제목의 ▶ 지난 5일치 <한겨레> 기사를 읽고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런 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김씨는 “항일 민주도시인 광주의 들머리에 일본 이름을 쓰는 것에 화가 났다”며 “최소한 광주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표지석을 깨뜨렸다”고 소신을 거듭 밝혔다. 당시 목격자 박금옥(37·광주시 서구 풍암동 주은모아)씨는 “처음에는 표지석을 부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일본식 이름에 반감을 품은 사실을 알고 수긍이 갔다”고 말했다. 센다이시-광주시 자매결연 기념해 광주 제1관문로 6차선 도로 ’센다이로’ 명명
망치질 당한 표지석 일본 센다이에서 글 새겨 보낸 것 경찰 쪽은 광주시의 피해 견적이 처벌의 수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망치질을 당한 이 표지석은 높이 103㎝ 너비 58㎝ 무게 250㎏ 규격이다. 지난해 9월24일 광주시와 자매결연을 한 일본 센다이시에서 한자와 한글로 글씨를 새겨 배로 실어온 것이다. 김씨가 내려치는 바람에 표지석은 표면 여러곳에 하얗게 망치자국이 나고 ‘로’(路)자 일부가 훼손됐다. 표지석의 왼쪽 40여㎝, 오른쪽 20~30㎝ 등 옆부분도 보기 흉하게 깨졌다. 그러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상태가 심하지 않아 아직 원위치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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