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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2 15:28 수정 : 2011.11.22 15:53

[한겨레 정보공개 캠페인]
1026지방선거 때 경사로 없는 투표소 1101곳
후보 158명 중 점자형 공보물 제출은 63명 뿐

“계단이 많아서 올라갈 수 없어요! 휠체어를 들고 올라가려니 가파르고 위험해요! 투표소로 갈 수가 없어요!”

대학생 안우혁(24)씨는 지난 10월26일 트위터를 통해 한 장의 사진을 봤다. 한 장애인 여성이 휠체어에 앉아 즉석에서 매직으로 쓴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계단이 많아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안씨는 ‘당연하게 투표하러 다니는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들은 쉽게 투표를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씨는 이에 지방선거 바로 다음날인 10월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투표소별 주출입구 경사로 설치 현황, 2층 이상 투표소 승강기 설치 현황, 선거 출마자들의 점자형 선거공보물 제출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10·26 지방선거 때 설치된 투표소 가운데 장애인들의 접근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투표소가 1101곳이었다. 전체 투표소 2844곳 가운데 경사로가 설치된 투표소는 1743곳으로 미설치율이 39%에 달했다.

전국에서 경사로 설치 실적이 가장 나쁜 곳은 경상북도 영주시로 투표소 13곳 가운데 1곳에만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전남 화순군도 투표소 17곳 가운데 5곳에만 경사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는 관악구, 도봉구, 성동구 순으로 ‘경사로 설치 성적’이 나빴다. 서울 관악구는 전체 투표소 102곳 가운데 27곳에만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서울 도봉구는 전체 79곳 투표소 가운데 26곳, 서울 성동구는 전체 65곳 가운데 22곳에만 장애인 접근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됐다.

이에 대해 서울 관악구청 관계자는 “투표소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정한다”며 “재보궐선거의 경우 평일에 진행돼 기존에 투표소로 이용하던 곳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 가운데에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없는 건물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사로가 없는 곳에는 투표보조인을 좀 더 많이 배치해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악구의 투표보조인 숫자는 363명으로 투표소 119곳 가운데 118곳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는 노원구에 배치된 투표보조인(476명)보다 100명 정도 투표보조인 숫자가 적었다.

서동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투표소를 지정할 때 경사로가 있는 등 장애인 접근성이 제한받지 않는 곳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투표보조인 숫자에는 50~60대 투표 안내인 등이 포함돼 있어 ‘장애인 투표권’을 위한 보조인 숫자로 모두 다 해석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경사로가 없어도 장애인 접근 가능한 곳들이 있다”며 “경사로가 없다고 해서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승강기가 없는 2층 이상 투표소의 숫자도 201곳이었다. 이는 지난해 열린 6·2 지방선거때의 승강기 미설치 투표소 숫자인 54곳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재보궐선거가 평일에 실시돼 학교·공공기관의 장소 확보가 어려웠고 종교시설의 투표소 사용 제한 등으로 적정한 투표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투표소는 원칙적으로 1층에 설치하되 불가피한 경우 관내 장애인 단체와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투표 공보물에 대한 접근성 역시 떨어졌다. 지난 10·26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158명 가운데 장애인들도 볼 수 있는 점자형 투표공보물을 제출한 출마자는 63명에 불과했다. 출마자 가운데 95명은 점자형 투표 공보물을 제출하지 않았다.

점자형 투표 공보물을 제출하지 않은 출마자는 정당 소속 출마자 가운데는 한나라당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 소속도 12명이었다. 국민참여당·미래연합·자유선진당 소속도 각각 2명씩이었다. 무소속 출신의 출마자 61명도 점자용 투표 공보물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동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점자 투표 공보물의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 비용을 100% 보전함에도 후보자들이 이를 제작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후보자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떨어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을 정보공개청구한 안우혁씨는 “결과를 받고 나니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투표소가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투표소가 대부분이었다”며 “투표 공보물을 제출하지 않은 후보들이 절반이 넘는다는 점 등을 미뤄볼때 장애인 투표 접근권이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는 생각에 매우 씁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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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편집자주: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한겨레>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정보공개 캠페인’을 통해 받은 자료로 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정보공개 캠페인’을 통해 접수된 자료는 <한겨레>의 취재 과정을 거쳐 기사화될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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