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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14:49 수정 : 2020.01.03 15:14

국가유공자 포상신청 거부 취소 소송 항소심
“행정소송 대상 될 수 있다” 첫 판결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 포상 추천을 냈다가 거부당할 경우, 그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김동오)는 ㄱ씨가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낸 독립유공자 포상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ㄱ씨의 청구는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3일 밝혔다. 보훈처의 포상 신청 처분 결과는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첫 하급심 판결이다.

2017년 10월 ㄱ씨는 3.1운동에 참가했다 체포 및 구금돼 유죄 선고를 받았던 부친을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자로 추천해 달라는 신청을 국가보훈처에 냈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를 연 보훈처는 ㄱ씨 신청을 거부했다. 그의 아버지가 3.1운동 참가 후 조선총독부 직속 기관인 철도국 서기로 근무해 포상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불복한 ㄱ씨는 보훈처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보훈처의 포상 추천 거부에 대한 행정소송은 기존 판례를 이유로 대부분 각하됐다. 각하는 소송의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이를 종료시키는 처분이다. 대법원은 훈장을 수여하는 서훈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고도의 정치성을 지닌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해왔다. 보훈처의 포상 추천도 대통령이 서훈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 중 하나이고, 국민의 권리나 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은 아니기 때문에 행정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이런 판례에 따라 ㄱ씨의 소송을 각하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보훈처의 포상 추천 여부도 행정소송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포상추천 거부는 ㄱ씨의 아버지에 대한 포상절차가 더는 진행되지 않도록 해, 그의 유족들은 독립유공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기회를 상실하고,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길도 원천적으로 차단당한다. 보훈처의 통지는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적 지위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치는 행정작용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포상을 위해 독립운동가 본인이나 후손이 정부에 신청하는 ‘신청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그 처분의 정당성도 법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에 속한다”고 밝혔다. 보훈처가 포상 추천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할 경우, 이를 다툴 방법이 없다면 독립유공자나 그 유족들이 적법한 권리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ㄱ씨 사건을 각하하진 않았지만, 보훈처 처분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보훈처 심사 기준을 보면, 포상 대상자는 사망시까지 행적에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ㄱ씨 아버지가 총독부에 근무한 이력이 있어 포상 추천이 어렵다고 한 보훈처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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