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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3 18:47 수정 : 2020.01.14 02:30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사]
“위축 안돼” 윤석열 취임때와 대조

윤 총장·이 지검장 연수원 동기
‘현재권력’‘미래권력’ 불리는 관계
중앙지검장이 청와대와 직거래땐
직할부대 없는 총장 뾰족수 없어

조용하다는 평가 받는 이 지검장
대립각보다는 ‘무언 저항’ 택할 듯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첫 시험대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합니다. … 수사의 단계별 과정과정마다 한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합니다.”

13일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의 취임 일성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였다. “반칙적 범죄와 민생 범죄에 눈감지 않겠다”고 했던 전임 배성범(59·23기) 법무연수원 원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사나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고 해서 위축되기만 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보게 된다”고 했던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뒤 첫 발언과는 대조적이다. 문재인 청와대를 겨냥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두고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린 가운데, 이성윤 지검장은 ‘검찰권의 적극적 행사’에 방점을 둔 두 전임자와는 ‘다른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 안팎의 관심은 연수원 동기인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관계가 ‘순항’할지에 모인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윤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지검장을 임명했다는 설이 돌고, 이 지검장이 윤 총장에 이어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대검 형사부장,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총장이 청와대와 사사건건 대립 중인 ‘현재 권력’이라면, 이 지검장은 청와대의 기대를 등에 업은 ‘미래 권력’인 셈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검찰 수장인 총장과 검찰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된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 대검 중수부가 폐지된 뒤에는 ‘직할 부대’가 사라진 검찰총장보다 특수부 등 다수의 인지부서를 거느리고 주요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힘의 균형추가 기울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의 향방을 두고 청와대와 ‘직거래’를 해도 총장이 개입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의 윤 총장도 청와대와 매우 밀접하게 보조를 맞추며 적폐 수사를 이끌었고, 문무일 당시 총장은 여기서 한발 떨어져 있었다.

당장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가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이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관계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청와대와 검찰은 지난 주말까지 ‘압수수색 영장’의 실효성 등을 두고 설전을 벌였지만, ‘윤석열 라인’이 물갈이된 이번주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한 이 지검장과 달리 윤 총장은 지난 10일 검사장 전·출입 신고식에서 “진행 중인 중요 사건의 수사·공판의 연속성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조용하게 자기 할 일을 한다’ ‘고집이 있지만 신중하다’는 등의 평을 듣는 이 지검장이 윤 총장과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고 관측하는 이는 많지 않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장이 보고를 부실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장을 조용하게 ‘따돌릴’ 방법도 적지 않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자신과 ‘일체화’되어 있던 지난 지휘 라인과는 다른 무언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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