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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4 17:51 수정 : 2006.02.15 14:07

많은 언론에서 다룬 것을 보니 간만에 맛보는 이벤트이긴 했나 보다. 한국 플레이보이모델 선발대회 말이다. 그런데 그 맛이 기대와는 다른 심심한 것이어서 실망들이 컸단다. 하긴 그렇다. 고작 비키니 수영복 심사와 란제리 쇼가 하이라이트였다니, 플레이보이지가 어떤 곳인가? 전 세계인의 포르노화를 꿈꾸는 거대한 섹스판타지의 왕국이 아니던가! 플레이보이라는 섹스코드를 생각할 때, 전라 모델들이 활보할 것이라는 뜬소문이 지나친 기대는 아니었지 싶다. 이쯤 되니 대회 관계자들의 고민도 짐작 못할 바가 아니다. 보수적인 한국사회를 의식해 노출수위를 조절하느라 힘들었다는 그분들 말이다. ‘성상품화’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느라 미국과 유럽의 이름 높은 포르노배우를 모셔다 놓고는 정작 란제리 쇼만으로 대회를 마무리하는 게 못내 아쉬웠을 그분들 말이다. 미스코리아 대회의 즐거움을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남성 네티즌들도 아쉬워서 난리다. “그렇게 화끈하지도 못 할 거면서 대회는 왜 한거야?”

당당한 섹슈얼리티, 성인문화의 양지화와 고급화가 이 대회의 공식 취지다. 초청 가수들도 “플레이보이 파티에 걸맞을 정도로 파격적이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까지 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이 대회에 기대한 것은 당당함과 파격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성공했을까? 글쎄올시다. 주최측이나 언론이나 대회에 지원한 여성들의 당당함을 부각시키기에 안간힘을 쓴 것이 못내 애처로울 뿐이다. 많은 여성들이 “연예인이 되려고” 출전했다는 소감을 밝힌 것으로 보자면, 이 대회의 취지란 것이 성인 문화의 양지화와 고급화라기엔 썩 그리 신통치 않아 보인다. (1등으로 선발된 여성은 꿈꾸던 대로 연기자든 가수든 열심히 해서 연예인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게다가 전야제로 치러진 섹시 댄스 경연대회도 <플레이보이>만이 해낼 수 있는 성문화의 파격이나 성인문화의 고급화와는 거리가 멀다. 대한민국 어느 나이트클럽에 가도 열두시 땡 치면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섹시댄스 아닌가? ‘후끈’ 달아오르는 관객들과,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치는 사회자의 ‘독려’도 여느 나이트클럽과 너무 닮았다.

이 대회가 애초 취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이 대회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한 일은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고, 성인 문화의 고급화를 지향한다는 이벤트라면 적어도 나이트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요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실패의 이유를 ‘보수적인 한국 사회’ 운운하는 것도 우습다. 여자 벗기는 것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을 정도로 이 사회의 성적 취향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그래서 어떡하라는 거냐고?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미안하게 됐지만, 이 몸은 미스코리아 대회의 지상파 중계를 막는 데 이바지했던 사람이다. 더 이상의 아이디어는 주기 싫단 말이다.

정박미경/ 자유기고가 chaos400@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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