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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2 19:26 수정 : 2006.02.22 22:59

낮 피해많은데 밤 외출금지?…전자팔찌 실효 의문
“성범죄 친고죄 폐지·양형 개선등 차근차근 고쳐야”

‘‘밤 외출 금지, 신상공개 강화, 전자팔찌 도입, 성범죄자 집앞 팻말 설치, 화학적인 방식을 통한 거세….’

어린이성폭력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으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인권단체들은 물론 학계와 여성계에서조차 어린이성범죄에 대한 깊은 이해 없는, 수준 낮은 대책들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자팔찌는 만병통치약?=열린우리당은 22일 어린이성폭력 상습범에 대해 학교나 어린이집, 보육시설 등이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없도록 주거를 제한하고, 집앞에 문패를 달아 주민들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자팔찌의 경우, 인권침해적 요소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이 제도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은 “최근 일어난 용산 초등학생 살해 사건을 보면 피의자는 자기 가게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럴 경우 전자팔찌는 아무런 방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성범죄자 밤 외출 금지 방안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주로 낮에 피의자의 집에서 일어난다”며 “밤 외출 금지 방안은 이런 기본적인 특성조차 감안하지 않은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팔찌는 심리적 압박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성범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방안인데도 만병통치약처럼 얘기된다”며 “화학적 거세 방안도 삽입보다는 기구나 손가락을 이용한 추행이 많다는 아동 성범죄의 기본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견해”라고 지적했다.

“차분하게 균형잡힌 대안을”=전문가들은 정치인이나 정책 당국자들이 호들갑스럽게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보다는 차분한 현실 진단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호중 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성범죄의 친고죄 폐지 등 여성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해온 제도개선책에 대해 외면하던 정치권이 갑자기 이상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차분한 자세로 균형잡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려온 사법부의 양형 개선, 수사를 하면서 겪게 되는 제2의 피해 방지책 마련 등 현행법 체계 아래서도 가능한 문제들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화와 치료가 성범죄의 궁극적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많다. 김혜정 영남대 법대 교수는 “독일의 경우 1998년 ‘성폭력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성범죄자의 양형을 높인 것과 함께 성범죄자는 필수적으로 사회치료를 받도록 법률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박원석 국장도 “아동 성폭행의 경우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과 같은 격리와 감금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지금부터라도 수감 중 교화 내지는 치료 프로그램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이날 성폭력범에게 보호관찰과 함께 사회봉사, 교정·치료 관련 수강을 하도록 하는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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