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7 19:44
수정 : 2006.03.07 21:22
인권위, 교도관 고발·구치소장 등 징계 권고
서울구치소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을 조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피해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은 성추행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가해 교도관을 인신구속 관련 공무원의 폭행·가혹행위 및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사건을 축소해 보고한 서울지방교정청장과 서울구치소장, 분류과장, 보안과장 등을 징계하도록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기로 했다.
정강자 인권위 차별시정소위원장은 “조사 결과, 가해자인 교도관 이아무개(57)씨가 지난해 12월 분류심사 과정에서 또다른 여성 재소자 3명에게도 똑같은 정도의 심각한 성추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 4명말고도 다수의 피해자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소위원장은 “구치소 쪽이 이씨의 상습적인 성추행 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직후 서울구치소 간부들이 교도관 이씨를 급히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으나 입원 뒤 심리조사에서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받은 적이 있지만 증세가 주로 여름철에 나타났다고 인권위는 덧붙였다.
반면, 자살을 기도한 재소자 김아무개씨는 사동청소부로 선정될 만큼 모범적이고 안정적인 수형생활을 했고, 사건 발생 전 심리조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씨는 사건 뒤 “천장이 내려온다. 안경을 쓰고 보자기를 쓴 사람이 쫓아오는 악몽을 꾼다”고 호소하고 바지에 소변을 보는 등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의사우울 장애로 진단됐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성추행이 자살 기도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여성 교도관 확충, 성희롱 고충처리 절차 제공 등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한편, 교정시설의 여성 재소자 실태를 살피기 위해 8일부터 사흘 동안 수원구치소 등 5곳을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인권위는 “<한겨레>가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뒤 법무부가 내놓은 첫 해명은 사실을 왜곡하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이후 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한 만큼 법무부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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