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3 19:32
수정 : 2006.03.13 19:32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스스로 처참한 죽음을 택했던 그가 저세상으로 떠나는 길 역시 쓸쓸하기만 했다. 12일 오후 경기 안양의 한 병원. 교도관의 성추행과 조직적 축소·은폐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 여성 재소자(35)의 주검이 안치된 이곳은 스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장례식장 전광판에는 고인은 물론 상주와 빈소 호실을 알리는 안내글조차 오르지 않았다. 빈소도 변변히 마련되지 않았다. ‘남의 눈’을 의식한 유족들이 빈소를 몇시간 만에 철거해버렸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어느 정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고 유족 가운데 어린아이들도 있으니 이제는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쳤다. 유족들은 장례식장 쪽에 “혹시 고인의 사망 원인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교통사고라고 대답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유족들이 한사코 외부인의 빈소 접근을 막은 탓도 있지만 이 여성의 마지막 가는 길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바깥 세상은 3·1절 골프니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니 해서 온통 시끄럽지만, 이 여성의 죽음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작은 사건에 불과했다. 교도소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실상을 온몸으로 고발한 그의 죽음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도 없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족 쪽에서 아무도 오지 말라고 통보해와 빈소를 찾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아선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죽어서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모멸감과 수치심 때문에 끝까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한 여성의 마지막 길은 그렇게 애처로웠다. 13일 오전 별다른 영결의식도 없이 그의 주검은 영구차에 실려 공원묘지로 가 차가운 땅에 묻혔다.
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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