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편 모은 실화에세이집 나와 <내가 혼자가 아닌 그곳 언니네 방>(갤리온)은 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의 ‘자기만의 방’에 5년 동안 쌓인 수만 개의 글 가운데 추린 ‘비밀 실화 에세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수십 편이 옹골차다. 이들이 힘겹게 털어놓은 섹스, 사랑, 폭력, 결혼에 대한 ‘여성만의 비밀’은 사실 이들만의 것도 아니다. 고통을 말하지 못해 가슴 속에서 병을 키운 엄마들, 실명으로 비밀을 고백했다가 비명횡사한 나혜석, 사적인 비밀이 알려져 사회에서 매장당한 수많은 여성 유명인들처럼 살고 싶지 않은 여자들, 이들처럼 비밀을 간직하고 사는 여자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일뿐이다. “내게 늘었던 건 섹스의 즐거움이 아니라 연기력뿐이었다”거나 “자위에 도전했다… 아주 짧은 순간 기분은 좋았지만 더 큰 것은 지독한 죄의식과 수치감이었다”라는 등 한번 시작한 고백은 대담하고 적나라하게 이어진다. “여성의 큰 가슴은 당사자에게 콤플렉스의 원천이 되고,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며 사회적 편견에 대한 한판 뒤집기도 선보인다.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성찰, ‘에티켓 벨’로 되짚어보는 배설 행위의 성정치학, 성폭력을 당한 뒤 도움을 외면당한 경험 등을 펼쳐놓으며 “행복해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며 ‘함께 가자’는 동참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나아가 “여자라면 먼저 분노하고 바꿀 줄 알아야 한다”며 선동하는 일까지 서슴없다. “혼자 담아두고 있으면 미칠까봐, 그게 두려워서” 말하기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는 힘겨울 망정 솔직하다. 이들의 경험은 가부장적 사회가 인정하는 일이 아니기에 자신의 경험을 없는 셈 치고 사는 21세기 한국 사회 20~30대 모든 여성의 눈물겨운 생애사로 인정받을 만하다. 비밀은 드러날 때 가치를 지닌다. 그래야만 우리는 비로소 저마다 가진 색깔로 자유로워질 것이며, 힘 있는 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쉽게 만들어놓은 사회의 메커니즘이 바뀔 테니까. 수많은 ‘언니들’이 ‘자기만의 방’에서 수만 가지의 비밀을 나누며 지지, 공감, 치유를 받아온 까닭이다. 이유진 기자
여성 |
나누는 비밀, 아무는 상처 |
수십편 모은 실화에세이집 나와 <내가 혼자가 아닌 그곳 언니네 방>(갤리온)은 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의 ‘자기만의 방’에 5년 동안 쌓인 수만 개의 글 가운데 추린 ‘비밀 실화 에세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수십 편이 옹골차다. 이들이 힘겹게 털어놓은 섹스, 사랑, 폭력, 결혼에 대한 ‘여성만의 비밀’은 사실 이들만의 것도 아니다. 고통을 말하지 못해 가슴 속에서 병을 키운 엄마들, 실명으로 비밀을 고백했다가 비명횡사한 나혜석, 사적인 비밀이 알려져 사회에서 매장당한 수많은 여성 유명인들처럼 살고 싶지 않은 여자들, 이들처럼 비밀을 간직하고 사는 여자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일뿐이다. “내게 늘었던 건 섹스의 즐거움이 아니라 연기력뿐이었다”거나 “자위에 도전했다… 아주 짧은 순간 기분은 좋았지만 더 큰 것은 지독한 죄의식과 수치감이었다”라는 등 한번 시작한 고백은 대담하고 적나라하게 이어진다. “여성의 큰 가슴은 당사자에게 콤플렉스의 원천이 되고,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며 사회적 편견에 대한 한판 뒤집기도 선보인다.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성찰, ‘에티켓 벨’로 되짚어보는 배설 행위의 성정치학, 성폭력을 당한 뒤 도움을 외면당한 경험 등을 펼쳐놓으며 “행복해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며 ‘함께 가자’는 동참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나아가 “여자라면 먼저 분노하고 바꿀 줄 알아야 한다”며 선동하는 일까지 서슴없다. “혼자 담아두고 있으면 미칠까봐, 그게 두려워서” 말하기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는 힘겨울 망정 솔직하다. 이들의 경험은 가부장적 사회가 인정하는 일이 아니기에 자신의 경험을 없는 셈 치고 사는 21세기 한국 사회 20~30대 모든 여성의 눈물겨운 생애사로 인정받을 만하다. 비밀은 드러날 때 가치를 지닌다. 그래야만 우리는 비로소 저마다 가진 색깔로 자유로워질 것이며, 힘 있는 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쉽게 만들어놓은 사회의 메커니즘이 바뀔 테니까. 수많은 ‘언니들’이 ‘자기만의 방’에서 수만 가지의 비밀을 나누며 지지, 공감, 치유를 받아온 까닭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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