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야지마
여성학 전공차 독일 유학 “2004년 6월에 김순덕 할머니가, 올해 2월에 박두리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특히 김순덕 할머니는 제가 강일출 할머니를 모시고 홋카이도에 증언하러 갔을 때 돌아가셔서…. 많이 보고싶죠.”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들과 함께 울고웃던 일본인 야지마 스카사(35)가 9일 한국을 떠난다. 〈아사히신문〉 사진기자 출신인 그는 “역사의 진실을 배우려고” 2003년 1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 이곳에 왔다. 와세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스카사는 대학 시절 한국 유학생들에게 위안부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사히신문〉 사진 기자로 2년 동안 일했던 그는 2002년 프리랜서로 사진을 찍으러 나눔의 집에 들렀다가 다음해 짐을 싸들고 찾아오면서 3년 동안 이곳에 눌러앉았다. 정식 직함은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의 연구원. 일은 다양했다. 일본인 방문자들을 안내· 통역하고, 일본 자료를 번역하고, 일본 후원단체들과 연락을 맡았다. 할머니들이 일본에 위안부 관련 증언을 하러갈 때도 매번 안내와 통역을 맡았고, 중국에 건너가 위안부 피해 생존자 사진을 찍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2004년엔 할머니들의 사진으로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한일학생 역사체험 프로그램 ‘피스로드’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이제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정치학과 여성학을 공부할 예정인 그는 “과거 없이 현재가 있을 수 없다”며 “같은 전쟁 가해국이라도 전후 배상에 철저한 독일과 그렇지 않은 일본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일본의 국가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본인들은 국내에서 문제를 알 기회조차 없어요. 저는 이 문제에 죽을 때까지 관심을 둘 겁니다. 유럽에도 위안부에 대한 일제의 과거를 전하고 싶고요.” 할머니들은 긴 말총머리의 그를 “아줌마 같다”고 놀리면서도 자주 말벗으로 삼았다. 그는 “요즘 할머니들의 사진을 잘 찍어드리지 못해 다들 불만이 많으시다”고 웃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사무국장은 “마리오(게임 캐릭터 ‘수퍼 마리오’를 닮았다고 붙은 애칭)가 일본 방문객들에게 일제의 행적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걸 들으면 눈물이 날 정도였다”며 “그가 떠나고 나면 몹시 그리워질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글 이유진 기자·사진 나눔의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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