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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1 17:40 수정 : 2006.06.16 09:53

위부터 강금실, 한명숙, 추미애, 전여옥 <한겨레> 자료사진

정치판에 ‘명예 남성’ 시대가 가고 ‘여성성’의 시대가 오는가?

열린우리당은 한명숙 총리 피지명자,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 이른바 ‘한강’을 내세워 당을 넘어선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도 여성 친화적 이미지의 오세훈 의원을 대항마로 긴급 수혈했다.

온라인에서는 ‘구색맞추기를 위해서 여성들을 잠시 활용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다른 단계에 진입했음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참세상, 너부리)는 긍정적인 평가부터, ‘바람직한 여성정치인의 모습이 꼭 여성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어야 하나’(언니네, nanni90)라는 의구심 표현에 이르기까지 ‘여성성’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정치인의 ‘명예 남성’ 전략과 ‘여성성’ 전략의 차이를 정치권 진입 경로에서 찾는다.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김민정 교수는 “명예 남성이라 부를 만한 여성 정치인들은 각당 남성들의 필요에 따라서 일시 충원돼왔거나 남성과 경쟁하면서 큰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추다르크’란 별명으로 “남자보다 힘이 세다”는 평을 받아온 추미애 전 국회의원이나 ‘독설 공격’으로 유명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대표적인 사례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 김희선 의원 등도 상대당과 정쟁이 붙으면 남자 못지 않은 전투력을 선보였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김 교수는 “명예 남성적 여성정치인들은 때론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정치적 태도를 보이는 방법으로 자기 색깔보다는 당의 필요에 따라 움직여 여성 리더십의 전형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명숙 총리 피지명자와 강금실 예비후보는 남성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정치력을 키워왔을 뿐 아니라, 여성운동이나 민변 여성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여성성을 강조해온 전문 영역 출신들이어서 자신의 여성성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남성보다 더 남성적이었던 여성 정치인 대신
한명숙·강금실 등 여성성 앞세운 정치인 급부상
“상징 조작 부작용” 우려도

여성 정치인의 여성성 강조 흐름은 옷차림 전략에서도 두드러진다. 15대 국회까지만 해도 여성 의원은 치마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불문율 탓에 이미경 열린우리당 의원을 선두로 ‘여성 의원 바지정장 입기 운동’이 국회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 시절 바지 정장으로 국정감사에 임했다가 바지춤에 손을 집어넣은 사진이 신문에 실리며 여론의 질타를 당한 황산성 전 환경처 장관의 경우도 ‘손’보다는 터부를 깬 옷차림에 대한 남성 정치권의 거부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17대 여성 의원들은 바지 정장뿐만 아니라 개량한복 차림(홍미영 의원)이나 아오자이풍 차림(손봉숙 의원)까지 선보이는 등 여성성을 강조한 옷차림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패션지 <보그>의 이정금 에디터는 “여성 정치인들의 다소 촌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옷차림과 구식 헤어스타일은 전 세계적 유행인 80년대식일 뿐만 아니라 여성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성성 강조가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탄핵 이후 남성보다 여성의 정당 선호도가 선명하게 나타나는데, 대형 여성정치인을 내세워 당을 넘어선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여성성 강조가 이미지 조작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야당 총재, 총리 피지명자, 서울 시장 예비후보 등 거물 여성정치인의 등장이 정치권의 양성 평등에 대한 착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세력민주연대의 조현옥 대표는 “여성의 공천조차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완결됐다는 식의 이야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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