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그냥 죽이고 싶어 죽였다"
가족들, "기가 막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원통
지난 2004년 1월 발생한 '부천 초등생 2명 피살사건'의 범인이 범행을 저지른 지 2년 5개월 만에 검찰 수사로 잡혔다.
그러나 범인이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죽이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부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검은 7일 초등학생 2명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 등)로 정모(37)씨를 구속기소했다.
범인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오후 (인천) 집에 있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무작정 버스를 두세번 갈아탄 뒤 내려 만난 초등학생들을 산으로 데려가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처음엔 여자를 성폭행한 뒤 죽이려 했으나 (겨울철인 데다 밤이어서) 거리에 여자가 없어 눈에 띈 이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남부서의 그동안 수사기록 등을 검토하고, 범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범행과정을 자세하게 진술하고 있으며 자신의 범행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 등을 들어 범인으로 보고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부천 초등생 피살사건은 사건 발생 2년 5개월 만에 해결 됐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목숨을 잃은 어린 초등학생들의 죽음과 그동안 유족들의 보상없는 피해는 '영원한 미제'로 남게 됐다. 피해 학생인 임모(당시 12.초등학교 5)군의 아버지(45)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였다는 말을 듣고 허탈했다"면서 "어떻게 원한도 이유도 없이 멀쩡한 남의 아이를 죽일수 있는지 기가 막히다"며 원통해 했다. 그는 "자백만 했지 확실한 물증이 없고 재판과정이 남아 있지만 범인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아이들한테 꼭 범인을 잡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 원혼을 달래줄 수 있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임군이 숨진 뒤 임군의 큰삼촌은 2004년 7월 '조카가 있는 나라로 간다'며 자살했으며, 어머니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또 아버지 임씨는 숨진 아들을 찾겠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임씨는 "아내가 부천을 뜨자고 하고, 다니던 부천 직장도 그만 둬 지난 3월 남양주시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윤모(당시 13.초등학생 6)군의 아버지(43) 역시 "하루 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범인이 확실하게 맞았으면 좋겠다"며 고통스러워했다. 남부경찰서는 사건 발생 뒤 막대한 인력을 투입, 광범위한 수사를 폈으나 그동안 범행동기와 범인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1일 40∼60명의 강력반 형사를 투입, 수사를 벌이다 작년 1월부턴 수사인력을 강력반 2개팀 6명으로 축소, 관계자들 사이에선 사건이 미궁에 빠질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남부지역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잡혀 자신이 초등학생들을 살해했다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진술함에 따라 수사가 마무리 됐다. 남부서 관계자는 "범행 과정에 대한 범인의 진술이 세밀한 부분에서 다소 의문이 들긴 하지만 자백을 한 만큼 사건을 종결했다"면서 "범인은 유영철보다 더 나쁜 범인으로 평가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부천 초등생 2명 피살 사건'은 2004년 1월 14일 오후 9시 25분께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모 연립주택에 사는 윤군 등 2명이 집을 나간 뒤 16일만인 1월 30일 오전 마을에서 2.5㎞가량 떨어진 춘덕산 5부 능선에서 옷이 벗겨지고 손발이 묶여 살해된 채 발견됐다. 김창선 기자 changsun@yna.co.kr (부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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