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ㆍ가사 항소심 엇갈려…재산분할 대법원서 가려질 듯
친일파 후손들이 수십억원대의 고미술품 상속문제로 몇 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0부(이재홍 부장판사)는 16일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고미술품은 전부 상속재산에 해당하므로 혼자 점유하지 말고 인도하라"며 A씨 등 3명이 계모 B씨와 이복형제 2명 등 3명을 상대로 낸 공유지분권확인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미술품이 A씨 부친(이하 망인)의 소유라는 원고측 주장과 관련, "원고의 신문 결과는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높은 반면 망인과 결혼했던 피고 B씨는 진상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당사자임에도 법정 출석을 거부한 점 등을 종합하면 미술품은 망인이 물려받았거나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망인의 소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술품을 상속재산으로 보는 이상 법정상속분에 따라 원고들과 이복형제 2명에게 각 13분의 2 지분이, B씨에게 13분의 3 지분이 상속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한편 일부 지분을 소유한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는 공유물을 배타적으로 점유할 수 없고 그같은 자에 대해서는 다른 공유자가 공유물 보존을 위해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B씨가 미술품을 독점적으로 점유ㆍ관리하고 있으므로 B씨는 원고들에게 미술품을 인도하라"고 선고했다. 피고측에는 소유 지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는 "미술품이 상속재산에 속한다고 확인한다는 판결을 해도 각자 기여분을 참작해 최종 상속분이 상속재산 분할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으면 다툼이 종국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확인만을 별도 소송으로 청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상속재산 분할 가사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돼 있어 고미술품의 소유를 둘러싼 유족들의 법정 다툼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민사 항소심은 망인의 재산 형성에 B씨의 기여도를 인정하지 않는 반면 지난해 말 가사 항소심은 유산 형성과정에 B씨의 기여가 있다고 인정하는 취지여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가사 사건인 재산분할 소송은 서울고법 민사23부(심상철 부장판사)가 지난해 말 "미술품 절반은 B씨의 소유로 하고 다른 절반은 자녀 4명이 상속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과 30여년 부부였던 B씨에게 절반의 소유권이 있고 이미 상속재산이 있는 자녀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자녀 4명이 남은 절반을 상속하라고 선고했다. 원고 A씨의 부친이자 피고 B씨의 남편이었던 망인은 친일파로 알려진 모 인사의 손자이자 일제 시대 한국 최대 갑부로 소문난 인물의 아들이었으며 2001년 사망한 뒤 유족들은 망인이 관리하던 단원 김홍도의 인물도, 오원 장승업의 8폭병풍 등 16억원대 고미술품 35점과 골동품 등의 소유권을 놓고 민사ㆍ가사 소송을 벌여왔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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