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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2 18:37 수정 : 2006.07.02 22:25

이르면 내년부터…여성 경제 지위 개선

남편과 함께 자녀 넷을 키운 주부 ㄱ씨는 남편이 숨질 경우 현행 민법대로라면 남편 명의 재산의 27.2%를 상속받는다. 민법 제1009조는 상속 재산 가운데 배우자에게 다른 공동상속자(숨진 사람의 자녀 또는 부모)의 상속분보다 50%만 더 주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ㄱ씨는 자녀 넷과 함께 1.5:1:1:1:1의 비율로 재산을 나누게 되는데,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ㄱ씨의 몫은 27.2%이고 자녀들은 각각 18.2%를 받게 된다.

시부모를 모시고 자식 없이 살고 있는 ㄴ씨는 남편이 숨질 경우, 남편 명의 재산의 42.8%를 상속받게 된다. 1순위 상속자인 자녀(직계비속)가 없으면 2순위 상속자인 부모 또는 시부모(직계존속)와 재산을 나눠야 하는데, 배우자와 다른 상속자의 상속 비율이 1.5:1:1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는 ㄱ·ㄴ씨 두루 상속 몫이 모두 50%로 늘어날 전망이다. 법무부는 2일 “공동상속자의 수와 관계없이 상속 재산의 50%를 배우자의 몫으로 인정해주는 민법 개정시안을 마련했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계획이 현실화하면 ㄱ씨는 남편 재산의 50%를 우선 받게 되고, 자녀들은 나머지 50%를 12.5%씩 나누 갖게 된다. ㄴ씨도 시부모와 42.8%:28.6%:28.6% 비율로 재산을 나누지 않고 50%를 받게 되며, 시부모는 각각 25%씩 갖게 된다.

현행법에서는 배우자의 경우 공동상속자(자녀 등)가 1명이면 60%를 갖게 되지만, 자녀가 2명이면 42.9%, 3명이면 33.3%, 4명이면 27.2% 등으로 자녀가 많을수록 배우자의 몫이 줄어든다. 법무부는 이처럼 자녀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여성 배우자의 경제적 지위가 위태롭게 되는 것을 개선하고자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혼인 생활 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룬 재산은 균등하게 분할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부부재산 제도의 개정 취지와 선진 외국 입법례를 반영해 개정시안을 마련했다”며 “상속 재산과 관련한 여성 배우자의 지위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분배 비율은 피상속인이 별다른 유언이나 유서를 남기지 않았을 때로 한정된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혼인 중에도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부부가 이혼할 때 자녀 양육계획에 대한 합의 사항을 의무적으로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 시안에 담기로 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가족법 개정 공청회를 열었으며, 부처간 조율과 당정협의, 입법예고를 거쳐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이미 비슷한 취지의 가족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고 정치권에서도 반대할 명분이 적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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