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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1 18:24 수정 : 2006.07.12 14:55

2050 여성살이 /

연예인 성형으로 시끌벅적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굴과 몸이 재산인 사람들에게 성형은 자산 가치를 더욱 높이려는 투자이자 재테크 차원으로 여긴 지 오래라서 별 관심은 없다. 그런데 ‘성형 고백’이 공백기를 거쳐 컴백하는 여성 연예인들에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관문처럼 되는 현상은 아무래도 짜증난다.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솔직히, 고치셨죠?”라는 물음에 순순히 인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칼 댔다’ 고백한다. 공중파에서 고백성사할 만큼의 죄도 아닐 터인데, “저 성형했어요”라 말하면서 없는 죄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성형 고백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물론 대중이다. 어떤 연예인은 ‘당당하게’ 고백을 했고, 다른 연예인은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 자료들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뜬다. 말을 안 하면 숨기는 것이 되고, 너무 드러내놓고 말하면 성형이 취미인 사람이 되니 연예인으로 살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대중이 요구하는 ‘솔직함’이 바로 호감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연예인들의 몸에 점수를 매기기 좋아하는 이들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여성들의 몸에 점수 매기는 문화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훈련되어온 역사와 전통이 있어 길게 거론하고 싶진 않다. 다만, 가슴을 조금 크게 만든다는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부담감을 느끼게 한다거나 입술을 도톰하게 한다는 것이 심하게 부풀려져 버린 여성 연예인들을 두고 ‘인격’이 있네 없네 논하는 관전평은 그야말로 난센스지 싶다. 대중이 언제부터 여성 연예인들의 몸을 보면서 인격을 판단하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이미지로 소비되는 연예 산업의 메커니즘을 따라가는 것도 어려울 이들에게 인격이 있네 없네 입방아 찧으며 외려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 더 문제 같다는 얘기다.

물론 천편일률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창조해내길 바라던 여성 연예인들조차 성형 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겐 실망일 수 있겠다. 그러나 성형 수술의 문제를 여성 연예인 한 사람의 몫으로 돌리기에 연예 산업의 거대한 흐름은 너무 가혹하다. 잠재되어 있는 수많은 능력보다 대중의 욕망에 부합하는 외모가 연예인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차피 우리들도 “연기 공부를 위해 노력했어요”라는 뻔한 말보다 “얼굴 고쳤어요”라는 말을 더욱 현실적으로 여기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성형 수술의 ‘진실’을 밝혀내 단죄하는 심리는, ‘연예’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재의 게임 룰을 위반하는 가학증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그냥 하던 대로 이미지를 즐기면서 군소리하지 말든가, 게임 룰을 확 바꾸면서 새로운 여성 이미지 창조에 이바지하든가 둘 중의 하나만 하자는 말 되겠다.

정박미경/자유기고가 chaos4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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