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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5 16:31 수정 : 2006.07.26 14:55

여성가족부의 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서 맹활약한 명준희(왼쪽)씨와 황승은씨. 각각 국제인턴과 자원봉사자로 책임감있게 일해 부처 사람들은 물론 각국에서온 ‘선배’들의 호감을 톡톡히 샀다.

‘한민족네트워크’ 여대생 행사요원
명준희·황승은씨 /

“2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여성 선배들을 한자리에서 만난 귀한 자리였죠. 여자들은 자꾸 모여야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명준희·24·이화여대 사회학 석사과정)

“미국에서 공부할 때 한국을 몰라줘서 속상했는데, 나라 이름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 좋았습니다.” (황승은·21·이화여대 국제학부 3학년)

명준희씨와 황승은씨는 지난 11일부터 닷새 동안 여성가족부가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연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코윈) 행사요원으로 활동했다. 각각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국제인턴으로서다. 통역과 서기 등의 일을 하면서 24개국에서 온 250여명의 참가자들을 지원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소중한 경험을 꽤 많이 얻었다.

“경영, 법조,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멘토(정신적 스승)를 만난 게 기억에 남아요. 가슴 졸이는 순간도 있었죠. 날씨가 나빠 폭우 때문에 교통 체증이 심해 장관님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실 정도였거든요.”

황씨는 토익 만점을 얻은 재원이다. 여린 외모와 달리 각종 국제 인턴과 자원봉사 등 각종 사회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전문인력이기도 하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여성가족부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자원봉사, 아리랑티브이 인턴 등을 했다.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 총회도 자원봉사를 예약해놓고 있다.

한살 때부터 회사원인 아버지의 해외근무 때문에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지에서 7년 정도 지냈다. 외국 생활도 외국어 실력엔 도움이 됐지만 그의 가장 큰 힘은 “상식을 깨는 적극성”이다. 이번 여성가족부 행사 때 그는 담당 부서를 찾아가 무턱대고 대학생 자원봉사를 청했다. 1학년 때도 3~4학년만 뽑는 영어방송국 인턴직에 응모해놓고 직접 담당자를 설득해서 일을 맡았다.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도 대학원생들만 하는 조교일을 대학생 신분으로 했다. ‘벽’을 뚫는 비결은?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강하고 책임감 있게 자신을 알리는 게 중요해요.” 덕분에 소극적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어린시절 외국생활 외국어 탁월, 각종 국제 인턴·자원봉사 활동
자신감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 “사회변화 도움 주면 흐믓할듯”

명씨는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불어까지 4개국 언어를 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국제전문인턴으로 선발된 그는 오는 9월,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산하 여성지위향상국에서 국제 인턴으로 6개월 동안 일하게 됐다. 이번 여성가족부 행사 때도 회의 준비, 초청편지 번역, 연락처 정리 등을 도우면서 경험을 쌓았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은 ‘진심’이라고 한다.

“모범답안 같지만 나의 열정을 보여주면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성격인 데다, 현장에서 깨지면서 배우는 편이구요.”

어린 시절엔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러시아에서 3년, 칠레에서 6년 동안 살았다. 외국에 가서 산다고 해서 저절로 말문이 트이는 건 아니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아이들을 풀어 놓고 책을 읽게 하는 학교 프로그램을 하면서 “행복하게” 언어와 그 나라의 문화를 배웠다. 귀국 뒤에 오히려 어려웠다. 외국에서 남녀평등한 교육을 받고 자라 남녀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고등학교 때 한국에 와선 여성을 깔보는 사회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다.

“고통과 실패는 행복의 또 다른 면인 것 같아요. 성차별의 벽에 부딪히면서 페미니즘을 만났고, 여성의 연대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으니까요.”

그에게 ‘넓은 세계’를 가르친 이는 다름 아닌 아버지. 아버지는 언제나 “세상은 넓고 언제나 새로운 게 가능하다”며 딸의 기운을 북돋웠다. 남과 다르게 사는 것은 ‘차이’일 뿐이지 ‘차별’이 될 수 없다는 건 페미니스트 선배들로부터 배웠다.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두 사람의 언어실력과 국제적 활동을 보고 “잘 나간다”며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사는 데 외국어가 전부는 아니다. 늘 ‘다른 배움’이 끝없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경험하는 일은 그래서 이들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인생을 살면서 사회 변화에 도움이 되면 흐뭇할 것 같아요. 앞으로 여성인권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명준희)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경험을 많이 쌓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겐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라고 권할래요.”(황승은)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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