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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5 18:59 수정 : 2006.08.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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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설문 “할인쿠폰 이용 1위”
쓸땐 팍팍…“다른 세대보다 합리적”

“된장녀는 없다. 다만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소비가 있을 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된장녀’ 논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과연 실상은 어떨까? ‘된장녀’로 묘사된 19~24살 연령대 여성들의 실제 소비행태를 심층 분석해 본다.

여대생 김보람(숙명여대 역사학과 2학년)씨는 ‘쿠폰족’이다. 항상 쿠폰과 포인트 적립카드를 챙겨 다니며 돈을 쓸 때 할인 혜택을 주는 곳만 찾는다. 돈 쓸 때마다 1, 2천원씩 할인을 받다 보면 한달에 쌓이는 액수가 쏠쏠하다. 김씨는 “무료로 먹는 음식이나 서비스는 기쁨과 만족도가 두 배”라며 “처음에는 일일이 쿠폰을 챙기는 게 귀찮았지만 지금은 지갑에 쿠폰 칸을 따로 만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한 번에 1만원씩 하는 ‘네일아트’를 즐기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라면으로 식사를 때우고 값비싼 커피 전문점을 찾는 여성을 ‘된장녀’라고 부르는 잣대로 본다면, 돈을 아끼려 쿠폰을 사용하면서 사치스런 ‘네일아트’를 즐기는 김씨도 된장녀라 할 수 있을 법하다. 그는 “네일아트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나를 위해 기분 전환에 돈을 쓰는 걸 비난할 수 있느냐”고 당당하게 말한다.

최근 논란에도 불구하고 ‘된장녀’ 세대에 해당하는 19~24살 여성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다만 브랜드가 주는 감성과 합리적 가격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20~30대의 주요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보통 때는 알뜰 소비를 하면서도 관심이 있는 대상에는 과감하게 돈을 쓰는 양면적인 모습이다.

25일 제일기획이 지난해 말 작성한 ‘2005 소비자조사 보고서’를 통해 여성들의 소비행태를 분석한 결과, 1924 여성들은 예상보다 훨씬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3~59살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러 가게를 둘러보고 충분히 비교한 뒤 물건을 산다’고 답한 사람이 59.62%로,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또 1924 여성들 가운데 ‘대개의 경우 쇼핑하기 전에 목록을 작성한다’는 응답자는 2000년 36.70%에서 2005년 40.75%로, ‘세일이나 할인 기간을 이용해 쇼핑한다’는 응답자는 41.32%에서 51.32%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할인쿠폰 사용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쿠폰북 <코코펀>을 발행하는 미디어윌이 올해 초 할인쿠폰 이용 여성 4951명을 분석한 결과 1924 여성이 37%로 가장 많이 할인쿠폰을 이용했다.

1924 여성들은 인터넷에서 소비생활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 데도 적극적이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안지윤(연세대 2학년)씨는 밀리오레나 두타 같은 패션 쇼핑몰을 찾을 때 사이버몰에 들어가 대략 상품 가격을 알아본다. 쇼핑몰에 따라, 심지어 같은 쇼핑몰에서도 층수에 따라 비슷한 옷의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안씨 역시 1, 2천원을 아끼기 위해 가격비교 사이트를 누비면서도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다. 안씨는 “쉬고 싶을 때 더 많은 돈을 들여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스타벅스가 커피를 마시며 쉬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은 여러가지 쿠폰과 카드를 이용해 알뜰 소비를 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다. 사진은 서울역 베니건스에서 쿠폰을 이용해 외식을 하고 있는 여대생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1924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20대 초반 여성들은 이처럼 양면적으로 보이는 가치소비를 추구한다. 학교식당을 이용해 아낀 돈으로 네일아트를 하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건 가치관에 따른 것인 만큼 획일적 잣대로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들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값싼 물건은 인터넷을 이용해 아주 낮은 가격에 사들이고, 돈을 들여야 할 품목은 아예 유명한 고급 브랜드를 사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추세를 업고 엠포리오 아르마니, 펜디, 구찌처럼 매스티지〔대중(mass)과 고급상품(prestige product)을 조합한 말로, 명품의 대중화 현상을 뜻함〕 전략을 펴는 브랜드들이 뜨고, 구매력이 없으면서도 극단적으로 명품을 선호하는 비정상적인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른바 ‘된장녀’라고 할 수 있는 극소수 계층이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유진형 차장은 “20대 여성들은 ‘가격할인 쿠폰을 모아서 벤츠 타고 이마트를 간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자신의 구매 포트폴리오 안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가치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그 속에는 나름대로 합리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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