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인 몸매가 아니어도 행복질 수 있는 방법, 호신용 무기 없이도 밤거리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방법, 난소나 자궁이 생명과학기술의 도구가 되지 않는 방법 등을 찾는 자리가 있다. 팔등신, 롱다리, 에스라인, 하트복근, 몸짱…. 남들의 시선에 지친 여성의 몸이 직접 말하는 자리다. 여성이, 여성의 입으로,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에선 과연 무슨 내용이 오갈까? 은밀한 ‘그곳’이 토로하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버자이너’가 말을 시작한지 10년.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 음부의 독백’이 이어진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1996년 미국의 페미니스트 극작가 이브 앤슬러가 200여명의 여성을 인터뷰해서 만든 연극. 출연진도 화려해 위노나 라이더, 수잔 서랜든, 우피 골드버그, 케이트 윈슬렛 등 유명 영화배우들이 출연했다. 올해 봄엔 출연배우인 제인 폰다와 샐마 헤이엑이 공연차 멕시코에 들러 여성 살해를 방관한 멕시코 정부를 비난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는 2001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연극배우 김지숙씨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문제의 그 단어를 말했다. “보지.” 객석에 긴장감이 흘렀다. 배우 스스로도 놀랍다는 듯 다시 말했다. “세상에, 제가 그걸 말했네요.” 반응은 극단적이었다. “꼭 그렇게까지 적나라해야 되나” “속이 다 후련하다”. 2002년엔 서주희씨가 같은 제목의 1인극을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자의 아래를 뭐라고 불러왔죠?” 객석에서 여러가지 답이 나왔다. 여성의 성기를 조롱하는 단어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군 ‘위안부’나 보스니아 전쟁에서 강간당한 여성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객석 점유율 90%.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반감도 이어졌다. 취객 남성이 극장 포스터를 찢어버린 적도 있었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여전한 문제제기가 여전했다. 11월12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3관에서 열리는 올해 공연은 예전보다 비교적 논란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다. 연극배우 장영남씨는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아 더 현실감 을 준다. 14일 시연회에서 그는 말했다. “사실 저는 무척 떨려요. 여러분도 제가 언제 그 단어를 말할지 긴장되시죠?” 외려 객석은 여유만만이었다. “괜찮아요!” 백미는 단연 ‘버자이너’의 속사포 독백. “왜 욕할 때 내 이름 붙이니? 내가 음식이야? 왜 나 보고 맛없다, 맛있다 그래? 생리대, 탐폰 그거 좀 잘 만들 수 없니? 기술이 고작 그정도니?”
포르노도 아니고, 페미니즘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아동 강간부터 출산까지, 세계 여성들의 오만가지 ‘거기 이야기’가 거기 있다. 수십가지 ‘신음소리’까지 선보이지만 의외로 낯뜨겁기보다 유쾌한 느낌을 준다. (www.playvagina.com, 루트원·씨제이엔터테인먼트·쇼노트·문화세상이프토피아 제작) 난자 등 상품화 비판 대안 모색 생명과학기술의 시대, 여성인권확보를 위한 국제포럼=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는 국제포럼은 과학기술과 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주의 행사다. 복제배아줄기세포, 인공수정, 대리모 같은 생명과학기술 발달이 여성의 몸과 밀접하게 관련돼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소지까지 크다는 내용을 밝힌다. 미국, 인도, 영국 여성학자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난자문제 중심으로 여성인권 확보 포럼을 열고, 생명과학기술의 국제적 상품화를 비판한다. 여성주의 건강서의 대표작인 <우리 몸, 우리 자신>을 썼던 보스턴여성건강공동체의 활동가가 포럼에 참석한다. 미국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지원 움직임과 난자매매를 반대하는 비정부기구의 활동도 소개한다. 행사 끄트머리엔 난자 문제의 법적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담은 ‘서울 선언’을 발표한다. (2006forum.womenlink.or.kr, 한국여성민우회 주관) 안전한 밤거리 만들기 파티 피도 눈물도 없는 밤, 칠거지락= 밤은 여성의 몸에 대한 위험신호가 높아지는 때다. 밤거리 곳곳에 성폭력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22일 저녁 7시부터 서울 선유도 공원에서는 여성이 마음놓고 다닐 수 있는 밤거리를 만들자는 내용을 담은 여성전용 밤파티가 열린다. 올해 3회째. 여성들이 고통받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밤’을 만들자는게 이 행사를 연 ‘파티 플래너’들의 주장이다.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라는 주제로 토론연극(토론연극 스터디그룹 지하철4호선)을 벌이고 모던 락 밴드 아일랜드 시티와 모던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도 공연한다. 여성2인조밴드 뭄바트랩의 소박하고 자유로운 음악 선물도 마련했다. 화려한 영상 퍼포먼스도 매년 빠짐없는 행사. 밤길에도 안전한 ‘여성전용콜택시’제도를 만들라는 서명운동을 벌인다. (www.onlineif.com/girlsparty_2006, 문화미래 이프·도서출판 이프 주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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