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7 18:08
수정 : 2006.10.17 18:08
대학생 때 시작해 어느덧 7년 386단체들 틈새서 젊은 목소리
“고락 함께한 ‘언니’들 고마워요” 요즘 ‘따로 또 같이’ 사는 법 관심
‘언니네’ 대표직 물러난 조지혜씨 /
여성주의 커뮤니티 ‘언니네’(www.unninet.net)의 조지혜(31·사진) 대표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났다. 초대 대표로 지금까지 7년이란 시간을 보냈으니 ‘장기집권’을 해온 셈이다. 감회가 남다를 법도 한데 외려 무덤덤했다.
“처음엔 대학생이었지만 이제 30대네요. 평소 제 신조가 ‘굵고 짧게’였는데.”
언니네에 새 활력이 필요하리란 생각에 대표직을 그만두게 됐다. 외국에 나가 시민단체의 조직 운영과 초기 구성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학부와 대학원 전공은 다소 생뚱맞은 건축학. 10년 전 친구의 권유로 페미니즘 공부 모임에 참여하면서 여성주의를 만났고, ‘언니네’를 꾸려나가면서 여성주의를 몸으로 배우고 익혔다.
“‘성찰하는 개인주의자’이고 싶어요. 개인주의자로 잘 살려면 주변 환경이 좋아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사회를 바꾸는 데 목소리를 내게 됐나 봐요.”
똑 부러지는 말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여성사안 토론회에 단골 출연을 할 때마다 토론자로 나온 40~50대 선배들 사이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던 그다. ‘언니네’는 한때 ‘영 페미니스트 그룹’으로 불리며 만만치 않은 후배들이라는 인상을 아로새겼고, 386세대 중심의 여성단체들과 때론 연대하고 때론 다소 거리를 둬왔다. 지난해 여성부가 보육·가족업무를 통합해 여성가족부로 바뀔 때는 여성관련 정책이 소홀해질 것을 우려하며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호주제 폐지가 확정된 뒤에는 호주제와 다름없는 새 신분등록부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옹골찬 활동의 뿌리는 회원들이었다. 4만여명의 회원들은 언니네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어깨를 빌려줬다. 2001년 운영비가 바닥났을 때 회원들은 운영진을 위로하는 잔치를 열었고, 2003년 두번째 위기가 왔을 때도 수백명이 후원금을 보내왔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건 회원들의 힘이 다예요. 위기 때마다 개편을 했고, 개편을 할 때마다 회원들이 지지를 아끼지 않아 고비를 넘겼거든요.”
이제 누구도 ‘언니네’를 ‘영 페미니스트 그룹’이라 부르지 않는다. 30대 고비를 함께 넘은 이들은 요즘 ‘따로 또 같이’ 사는 방법에 관심들이 많다. 그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오프라인 모임에선 비혼여성공동체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서로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관계, 억압 없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공동체를 꿈꾼다. “여성으로 산다는 게 짐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 있음을 언니네에서 실감했어요. 함께 힘과 용기를 얻어서 삶을,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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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는 여성인권 찾기 포털공동체
2000년. 7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신촌에 모여들었다. “재미있으면서도 사이버 마초가 없어서 여자들에게 안전하고,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여성 사이트는 왜 없지?” “우리가 만들지 뭐!” “이름은?” “언니네!” “좋네!”
‘언니네’의 출발이었다. 처음에는 웹진이었지만 지금은 회원 4만2000여명을 거느린 ‘여성주의 포털’이 됐다. ‘언니네’가 사이버 공간이라면, 2004년 만든 조직 ‘언니네트워크’는 온-오프라인 통합 공동체로, 여성문제에 대한 사회적 발언, 캠프, 여행, 책 발간, 국제 연대활동 등을 벌인다.
사이트에는 1500여개에 이르는 ‘자기만의 방’(블로그), 360개의 동호회, 수다방, 토론방, 지식놀이터가 있다. 특히 올해 3회를 맞은 캠프는 매년 인기를 더한다. 2004년 7월 중순 90여명, 올해는 140여명이 캠프에 다녀왔다. 지난 3월 ‘자기만의 방’이란 게시판 글들을 모은 책 〈언니네 방〉은 2만여부가 팔리며 교보문고 교양 부문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올해 안으로 〈언니네 방 2〉를 낼 예정이다. 2001년 와이더블유시에이(YWCA)가 선정한 ‘좋은 여성사이트상’을 받았고 2005년 ‘제3회 고정희상’과 정보트러스트 어워드도 받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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