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0.24 18:50 수정 : 2006.10.25 16:18

인기 시트콤이었던 <프란체스카>의 등장인물들로 분장해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있는 김명자(맨 왼쪽), 임정숙(맨 오른쪽)씨.

보통 주부로 살다 “이건 아니다” ‘아줌마 연대’ 활동으로 물만나
삶의 열정·자신의 가능성 재발견 “28일 남이섬 페스티벌 갑니다”

코스프레하는 주부 김명자·임정숙씨 /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주부 김명자(63·사진 아래 왼쪽), 임정숙(45·공인중개사·오른쪽)씨는 여느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이색 체험’을 했다. 문화방송 시트콤 〈프란체스카〉의 여주인공 분장을 한 채 서울 시청에서 덕수궁까지 활보하며 사진 촬영을 한 까닭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씨는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한다. 임씨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알아봐줘서 신기했고 즐거웠다”고 거들었다.

“사위와 며느리까지 둔 내가 이래도 되나 하고 망설였지만 가족들도 격려해줬고,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어요. 늘 주부로서 긴장하고 살았는데,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까지 느꼈습니다.”(김명자)

두 사람은 여성단체 ‘아키아연대’(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 연대)가 28일 오후 2시 춘천 남이섬에서 여는 ‘아줌마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했다. 〈프란체스카〉 분장을 하고 행사의 고갱이인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 만화, 영화, 연예인, 게임캐릭터 모습을 재현하는 놀이) 퍼레이드와 경연대회에 나갈 참이다. ‘아줌마 페스티벌’은 아키아연대의 연례 행사. ‘대한민국 아줌마’의 끼와 능력을 발산하는 여성 축제다.

두 사람은 이제껏 ‘대한민국 평균 주부’라고 해도 될 만큼 전형적인 며느리와 엄마의 모습으로 살아왔다. ‘서울 양반’으로 전통과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여긴 시부모님을 평생 모시고 살았다는 김씨. “일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면 시어머니는 아녀자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면 안 된다고 창문을 닫을 정도였다”며 “결혼 내내 바짝 긴장한 채 살았다”고 한다. 그는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에 자신을 재발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5년전부터 ‘아키아연대’ 활동을 시작했다.

여성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는 임씨는 24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가 4년 전께 소화가 안 돼 찾은 내과에서 주부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분당 주부 3명 가운데 1명이 이런 스트레스 증상을 갖고 있다며 바깥 활동을 권유하시더라구요.” 인터넷에서 아키아연대를 만나 활동하는 동안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법률·문화·정치 강연을 듣거나 여성유적지 답사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각종 여성행사 준비를 하면서 보람도 컸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남 이야기를 하는 데서 벗어나 건설적으로 살고 싶었어요. 앞으로는 주부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서요.”(임정숙) “나의 가능성을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배짱이 생겼어요. 주부들 누구나 자신의 삶에 정열을 되찾는 다양한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김명자) (아줌마 페스티벌 문의: (02)318-2760, www.zoomafest.com)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종식기자 anaki@hani.co.kr



코스프레란? 영화·드라마 주인공 분장 따라하기

‘코스프레’란 ‘코스튬 플레이’를 뜻하는 일본어식 표현. ‘코스튬’(복장)과 ‘플레이’(놀이)의 합성어다. 코스튬 플레이는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컴퓨터 게임의 등장 인물 복장과 동작, 그리고 표정 등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노는 놀이를 가리킨다. 요절한 미국 스타 마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재현 행사 등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10여년 전 일본을 거쳐 상륙한 뒤 2006 월드컵을 전후로 대중화했다. 코스튬플레이 동호회 ‘물파스닷컴’(www.moolpas.com)의 회원만 4만2천여명. 운영자 김성주(38)씨는 이번 아줌마 페스티벌에 조언을 주고 있다. 김씨는 “직장인, 아주머니 등 남녀 성인 회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욕구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유진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