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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31 14:33 수정 : 2006.10.31 14:33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효도잔치’가 열린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일본인 대학생 후쿠다 가쓰나가(23·돗토리현)가 이용수(79) 할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나눔의 집’ 할머니들 참관 예정

한국 근대사의 가장 쓰라린 상처 가운데 하나인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삼은 무용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내달 2일 오후 8시 마포구 서울퍼포밍아트홀에서 공연되는 '히든(Hidden)'.

영국 미들섹스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현대무용가 홍세정(29) 씨의 안무로 일제 치하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성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새로운 각도로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른바 '정신대'하면 으레 떠올리는 '일제의 만행과 희생자로서 한국인'이라는 고정 관념을 배제했다. 그 대신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에게 가해진 수난과 고초, 돌아온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인 무관심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안무가 홍씨는 "지금까지 위안부 관련 공연은 대개 한국과 일본의 대립 구도로 짜여왔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희생자들은 한국인이기 이전에 여성이어서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 인간 본질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위안부 문제가 1990년대에야 표면화된 점을 지적하며 "위안부 여성들은 무려 반 세기 동안 가족과 사회로부터 철저히 버림받고 숨겨졌다"면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이들이 겪은 이중고를 드러내고, 나아가 '우리 사회는 왜 한 공간에 살면서 50년 동안이나 이들의 존재를 몰랐나'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파격적인 것은 일본 무용수들이 위안부 여성 역할을 맡았다는 점.

일본 무용수 미노리 나가이, 에미 시바타가 위안부 역할을 맡아 일본군에게 끌려가 수난을 받고, 다시 귀향한 뒤 철저히 소외되는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안무가 홍씨와 같은 학교에서 수학하는 미노리는 "학교에서 배운 일이 없는 만큼 처음에는 정신대가 무엇인지도 몰랐다"면서 "공연을 하면서 무서운 역사를 알게 됐으며 무대 위에 설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한국 무용수들과 함께 위안부 출신 할머니 10여 명이 모여 지내는 경기도 퇴촌의 '나눔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해 할머니들의 말벗이 되어 주기도 했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고령과 지병으로 몸이 불편한데도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특별한 나들이를 한다. 홍씨는 할머니들의 귀가 시간을 배려하기 위해 본 공연에 앞서 이날 오후 6시에 특별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히든'은 미들섹스 대학에서 함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홍씨와 윤상호 씨가 '…내디딤'이라는 큰 제목으로 꾸미는 귀국 공연의 두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히든'에 앞서 무대에 올리는 윤씨의 '더 모먼트(The Moment)'는 춤에 첨단 통신기기를 접목함으로써 신기술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인간관계를 조명한 작품이다.

전석 무료. ☎02-3274-8500.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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