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1 22:19
수정 : 2006.11.01 22:19
한국 온 그라시엘라 딕손 세계여성법관협회장
그라시엘라 딕슨(50) 세계여성법관협회(IAWJ) 회장이 ‘제2회 여성법관 심포지엄’ 참석차 우리나라를 찾았다. 30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만난 딕슨 회장은 “다른 나라에 견줘 젊고 열정적인 한국 여성 법관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딕슨 회장은 올 1월 파나마 대법원 구성 102년만에 맞은 첫 흑인 여성 대법원장. 여성으로선 세번째 대법원장이다. 그 자신 유색인종이자 여성인 만큼 약자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갖고 인권 지원 활동을 오래 한 경력을 인정받아 행정부의 추천으로 임명됐다. 파나마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그는 20대 중반 변호사가 돼 약자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 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때 미군 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법률적 지원 활동을 펼치며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얻어 94년부터 2년 동안 중남미인권위원회(CODEHUCA)의 국제 인권고문으로 일했다. 유니세프 국제고문과 라틴아메리카 법관 연맹 위원장도 역임했다. “대학 시절부터 인권에 관심이 있었고, 변호사 시절부터 여성·농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해왔다”는 그는 98년 형사 판사로 추천 받아 법원에 들어왔다. “원래 판사직에 연연하지 않았지만 인권 문제에 보탬이 되겠다 싶어 뿌리칠 수 없었다”고 했다.
딕슨 회장은 한국의 사법개혁이나 여성 대법관 진출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파나마 법관의 53%가 여성이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법원 판사 9명 가운데 여성은 2명 뿐”이라며 우리나라 김영란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에 대해서 “분석적이고 매력적인 인품을 가진 두 여성 대법관인 만큼 한국 여성 인권 향상의 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온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는 건 전 세계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진 불균형이 문제였죠. 문명 전환기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여성의 시각으로 보면 좀더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한국 여성 법관의 약진을 눈여겨 보았노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예비판사로 신규 임용되는 법관들 가운데 여성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는 데 대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며 앞으로 여성을 포함한 한국 사회의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딕슨 회장은 한국이 유치를 추진중인 ‘2010년 세계여성법관회의’와 관련해서도 “한국지부의 능력, 설비, 예산 등을 고려해 볼 때 개인적으로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세계여성법관협회는 1989년 전미여성법관회의를 중심으로 출발해 현재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동유럽 등 80여개 나라 4000여명의 여성법관들이 소속된 세계 최대의 여성법관 모임. 사법부 안의 여성 목소리를 높여 여성 인권 전반을 높이는 게 목표다. 유엔국제형사재판소 등 국제 조직에서 회원들이 활동중이며 우리나라도 여성법관 92명이 가입해있다. 지난 5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김영혜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이사로 선출된 바 있다.
“파나마와 세계여성법관협회 회원 법관들 모두에게 성인지적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한국과 파나마의 법관 교환 훈련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