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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7 18:35 수정 : 2006.11.07 18:35

KTX 승무원 등 1020세대 여성애환 고스란히
“앞으로 임신랩·육아랩…죽을때까지 해야죠”

음반낸 여성 힙합듀오 ‘챕터 투’ /

키티 케이(본명 김미영·26)와 효인(본명 이효인·27). 여성 힙합듀오 ‘챕터투’의 멤버들이다. 최근 이들이 1집 음반 〈미녀힙합〉(소울후렌즈)을 내고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도·전·장? 그렇게 결연하게 말할 것까지야. 두 사람 속내는 이렇다.

“흐흣! 우린 여전사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힙합은 ‘세상을 지배하겠~어!’ 같은 남자 얘기가 많았잖아요. 그저 평범한 20대 여성인 우리 이야기를 할 뿐인걸요.” (효인)

2000년 결성 뒤 지금까지 안티성폭력페스티벌,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 촛불문화제 같은 ‘의식 있는’ 무대에 오르길 여러번. 앨범을 내자마자 힙합사이트 ‘힙합플레야’(hiphopplaya.com)에 국내 래퍼 30명이 참여한 인트로(“챕터투, ×나 예뻐요”)를 공개하고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보증한 ‘미녀’들이냐? 그건 아닌 것 같다. 래퍼들은 노랫말 말미에 “그나마 (얼굴보다) 랩이 더 나아, 랩이 더 착해” 하고 마무리한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언더그라운드 여성 힙합 듀오로 음반을 냈다는 점.

“여성 래퍼 두 사람의 음반은 처음이에요. 그동안 몇몇 실력 있는 언더그라운드 여성 힙합 듀오들이 있었지만 음반은 결국 못 냈죠. 실력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에.” (키티 케이)

디엠비 위성음악채널 디제이로 일하던 효인이 라디오 스튜디오를 빌렸고, 녹음도 둘이 직접 했다. 열악하게 만든 인디음반에 ‘힙합마니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너무 야들야들하다” “남자들이 공감 못할 가사”라는 등. 반면 팬클럽 회원 500여명의 갈채도 빼놓을 수 없다. “5년간 쌓아온 경험으로 인한 완벽한 호흡” “비난에 소심해지지 말자”라는 등.

‘여성’일 뿐 아니라 ‘여성의식’도 있다. 사실 효인은 이미 예전부터 여성주의의 ‘세례’를 받았다. 효인의 어머니 백영애(전 전교조 여성위원장)씨는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와 함께 여성주의 문화집단인 ‘또 하나의 문화’(또문)의 초창기 멤버. ‘또문 2세대’인 효인은 중학교 때 우리나라 최고의 래퍼 김진표(또문 2세대)에게서 처음 랩을 배웠고, 가수 이적(또문 2세대)의 지도로 뮤지컬을 만들며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게 됐다. 고3 때부터 래퍼로 활동해온 키티 케이는 이런 효인을 2000년 만나 여성주의에 입문했다.


앨범 노랫말에도 1020세대 여성들의 불안한 미래가 고스란히 담겼다. ‘미스 엑스’는 동년배인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울분에 차서” 쓰기 시작했고, 여자 백수의 심정을 담아 ‘완벽한 인생’을 썼다.

“화장은 사회생활의 예의라니까/…/ 우리의 계약직 미스리/…/ 사대보험? 찾다간 바로 고우 홈/…/ 때가 되면 재계약을 하네 건전지 갈듯/ 할듯 말듯 애타는 정식 채용/…”(미스 엑스) “가만히 생각해보면 화나지/ 어차피 그녀와 난 지금 가난한 아가씨/…”(완벽한 인생)

지난달 22일 연 쇼케이스에서 키티 케이는 말했다. “여자 래퍼 지망생들은 우리를 찾아오라. 도와주긴 힘들겠지만 용기는 줄 수 있다”고. 20살의 한 여성 래퍼는 무대 뒤에서 키티 케이를 기다리다 그 품에 안겨 엉엉 울기도 했다.

“임신하면 임신랩, 육아하면 육아랩 할 거예요. 힙합은 전 연령에서 즐길 수 있는 장르거든요. 죽을 때까지 해야죠.” (키티 케이)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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