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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2 18:18 수정 : 2006.12.12 18:18

샬롬선교발레단장 김수미씨(맨 왼쪽)

일하는 장애여성 순회 사진전
성 차별 다룬 무크지도
비장애남성 중심 사회편젼 질타

‘일’과 ‘성’은 요즘 장애여성계의 가장 큰 화두다. 이 두가지가 누구나에게 중요한 삶의 조건이지만 장애여성에겐 지나치게 간과돼온 까닭이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남성 중심의 사회적 시선에 책임을 묻는다. 비장애남성에게 일과 성이 중요하듯, 장애여성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무조건 장애여성을 ‘의존적이고 성욕 없는 무성적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차별을 낳는다는 얘기다.

연말 들어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차분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은 ‘일하던 장애여성 사진전’ 순회 전시를 이달 31일까지 서울 시내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연다.(www.wsbt.or.kr 참조) ‘장애여성공감’(www.wde.or.kr)은 이달초 ‘장애여성의 성’을 주제로 무크지 <장애여성의 시선으로 당신과 나누는 공감>(이하 <공감>)을 펴냈다.

■ 장애여성의 일

트로트가수 나용희씨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허혜숙 회장(40·지체장애)은 요리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누구보다 일하는 장애여성의 어려움을 잘 안다. “실력은 남부럽지 않지만 장애 때문에 요리테스트도 못받고 면접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석달동안 전국을 돌며 100여명의 일하는 장애여성들을 찾아냈다. “장애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긍정적으로 알리려고” 사진전을 기획했던 것. 사진작가 김상기(지체장애)씨한테 맡겨 찍은 장애여성은 모두 38명이다.

일하는 장애여성들의 직업은 무척 다양했다. 발레지도자, 수영선수, 택시 운전기사, 농업인, 축산인, 화가, 공예가, 자동차세일즈우먼, 피아노강사 등이다. 휠체어에 탄 채 발레를 가르치는 김수미(36·지체장애) 샬롬선교발레단장, 무용수에서 무용수를 그리는 화가로 전향한 김형희(36·지체장애)씨의 사진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교통사고로 부부 모두 장애를 갖게 된 최복순(52·축산인)씨가 소에게 여물을 주면서 웃는 표정도 생기발랄하다. 평생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이경자(56·지체장애)씨는 전동스쿠터를 타게 된 뒤 시장에서 죽 노점을 하며 번 돈으로 매년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 생일잔치를 열어 ‘인기 짱’이 됐다고 한다.


허 회장은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장애남성 취업률이 43%인데 장애여성은 20%이고, 월평균수입도 취업 장애남성이 125만원인데 장애여성은 70만원”이라며 “정부 직업교육도 텔레마케터와 구슬공예 등 일부 직종에 국한할 게 아니라 다양한 일자리에 있는 장애여성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장애여성의 성

“장애여성들은 성을 얘기할 때 연애, 결혼, 사랑을 말하지만 장애남성들은 성을 얘기할 때 바로 섹스라고 생각한다”. <공감> 9호는 ‘장애여성의 성’을 다뤘다. 특히 영화 <오아시스>에 대한 이야기가 때늦은 봇물을 이뤘다. 사실 한때 여성장애계 일부에서 이 영화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었다. 장애여성이 자신을 성폭행한 비장애남성을 사랑하게 된다는 줄거리는 ‘여자는 남자의 손길을 바란다’는 잘못된 남성 신화의 재생산이란 얘기다.

<공감>은 더 나아가 이 영화가 장애여성의 현실과 비현실을 오간다고 지적했다. 장애여성을 낮춰 보는 사회적 시선은 현실을 반영했다는 평을 내린다. 반면 공주의 의사와 달리 무작정 종두를 경찰서로 연행하는 장면이나 경찰서에서 소극적으로 비친 공주의 모습 등은 ‘장애여성은 무기력하다’는 편견을 담았기에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또 ‘장애여성들이 연인과 섹스를 즐기지도 못할 것이라는 위험한 전제’를 내포한 편견은 영화와 현실에서 모두 일어나는 일(이희연)이라고 풀이한다.

장애인의 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핑크팰리스>와 장애인에게 성적서비스를 자원봉사로 제공하자는 개념을 담은 책 <섹스자원봉사>(가와이 가오리 지음)도 분석대상이 됐다. 장애여성들은 장애남성의 성욕 충족을 이유로 한 성매매 합법화 주장에 불편함을 드러낸다. 성매매현장에서 장애여성이 입는 피해와 착취 구조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데다, ‘자원봉사’란 말에서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사진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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