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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3 18:05 수정 : 2007.01.24 09:52

2004년 외모 지상주의를 풍자한 지정아씨의 ‘뚱녀’ 작업. <한겨레> 자료사진

여성민우회 조사결과, 10명 중 4명은 외모 불만족
성형 거부감 크지 않아…외모 지상주의 폐해 심각

유나영(18)양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미추 환몽〉이라는 제목의 18분짜리 드라마를 한편 찍었다. 쌍꺼풀이 없어 고민하는 한 친구의 이야기였다. 뚱뚱한 외모의 여성이 목숨을 건 전신 성형 끝에 미녀로 재탄생한 뒤 어렵사리 ‘과거’와 화해하고 일과 사랑에서도 모두 성공을 거둔다는 내용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유양도 수능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봤다. 그는 “영화가 외모 콤플렉스에 대한 사회문제를 지적한다는 호평도 있지만, 나는 영화가 성형을 더 부추기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그들에게 성형수술은 이미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쌍꺼풀은 ‘기본’이다. 유양은 “수능시험 치고 나서 한반에 3~4명은 기본으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며 “10대들 사이에서 개성을 중시하기보다는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욕구가 더 많은 셈”이라고 말했다.

10대 여성들은 과연 자신의 외모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외모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4개 중고등학교에서 16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1명꼴인 13.7%(227명)만이 ‘외모에 만족한다’는 것으로 답했다. ‘외모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은 43.6%(718명)로 나타났다.

성형수술에 대한 거부감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 조사에서 ‘외모에 아주 만족하지 않는다’(5.8%, 95명)고 대답한 여학생들의 76.8%(73명)가 ‘나도 성형수술을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생활, 취직, 주변의 시선을 의식(57%, 1199명)하기 때문에 성형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자기 만족감(37.2%, 783명) 때문에 성형을 한다는 대답보다 많았다.

어떨 때 외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외모로 인한 불이익, 이익을 당하는 것을 볼 때’라는 대답이 40.4%(816명)로 가장 많았다. ‘외모로 성공한 연예인을 볼 때’(23.7%, 478명)라는 답이 뒤를 이어 10대들이 연예인의 외모 문제에도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게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50점 이상’이 95%였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은지 팀장은 “주관식 응답에서도 10대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나 교사·부모·형제자매 등 집 안팎에서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 연령대에서 외모 차별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풀이했다.

세계 여성학계는 20세기 들어 여성의 외모 가꾸기에 대한 사회적 강요가 폭력적 수준에 이르렀음을 거듭 경고해왔다. 그런데도 ‘외모 열풍’의 기세가 어린 나이의 사람들에게까지 그대로 관통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여성학자 민가영(홍익대 강사)씨는 “최근 외국 모델 산업계에서 175㎝ 이하의 키와 55㎏ 이상의 몸무게를 가진 모델을 기용하도록 한 것처럼 외모로 인한 산업적 폐해를 고발하고 바로잡는 쪽으로 인식 개선 운동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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