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2.13 19:09 수정 : 2007.02.13 19:09

(왼쪽부터)변미혜 간사, 윤치은 대표, 전미옥 대표.

여성참정권 요구 활동하던 YMCA모임 여성단체 꾸려
“치유 프로그램에 무게 두고 건강한 운동체 만들겁니다”

남녀가 함께하는 성평등운동 단체가 문을 열었다. 성평등을 지향하는 시민의 모임 ‘너머서’다. 세계적으로 ‘여풍’이 불어닥치고, 나라 안에서도 여성 권리가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시기에 ‘성평등을 지향하는 모임’이라니?

“성평등은 시민운동의 기본인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다른 시민단체들을 봐도 여성 실무진이 다수이지만 여성 지도자는 드물다는 걸 느낍니다. 의식적·제도적으로 여성을 막는 측면이 있지는 않은지, 우리를 통해 다른 시민단체들도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윤치은 대표·남·51)

여성 회원들에게 총회의 참정권(선거권, 피선거권, 투표권)을 주지 않아 물의를 빚어온 서울와이엠시에이(YMCA)가 불씨였다. ‘너머서’를 만든 이들은 서울와이엠시에이의 내부 개혁모임인 ‘성차별철폐연대회의’ 사람들과 이들의 활동에 뜻을 모은 남녀 140명이고, 이 가운데 30~40%가 남성이다. 그동안 해왔던 ‘낡은 것 부수기’(조직 개혁운동)를 넘어서 ‘새것 만들기’(단체 창립)에 힘을 쏟으려는 뜻이기도 하다. “공격만 하면 창조적인 에너지가 안 생겨요. 뭔가 남는 일을 하자 싶어 사업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전미옥 대표·여·46) 지난 1월 서울시에 여성단체로 등록을 완료한 ‘너머서’는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 작은 사무실을 꾸렸다. 고갱이 구실을 맡은 윤 대표는 25년째, 전 대표는 16년째 서울와이엠시에이에서 활동해왔다. 윤 대표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는 문제는 너무도 상식적이라 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장기전이 될지 몰랐다”고 한다. 연대회의 사람들은 지난 2년 동안 매주 두세차례 한데 모여서 회의를 했고, 외부에 이를 알리는 일을 해왔다. 전 대표는 “목요집회 50여회, 1인 시위 두달여를 맞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가 없어 힘이 빠진다”고 했다.

‘너머서’가 실시한 10대 여성들을 위한 멘토 교육. 사진 너머서 제공

양분 없는 땅에서 새싹이 돋기 힘들고, 기운 없는 몸의 상처는 쉬 아물지 않는다. ‘너머서’가 스스로 힘을 북돋우는 치유 프로그램을 주요 사업으로 삼은 까닭이다. 오랜 싸움에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생존 욕구’가 이들의 활동에 불을 댕겼다. 그렇게 해서 올해 목표로 세운 사업은 △비폭력 대화와 평화 감수성 익히기 △성찰적 만남을 하는 포럼 △성평등 시대의 자녀 교육을 위한 부모 교육과 미디어교육 △10대 여성의 자립 프로젝트와 멘토링 등이다.

윤 대표는 “더 욕심을 낸다면, 자본과 권력에 얽매이지 않는 시민운동단체 본연의 구실을 되살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작은 규모라도 회원끼리 재정 자립을 하면서 건강한 운동체를 만들려 한다.

당장 눈앞에 닥친 고비가 한 차례 더 있다. 오는 24일 서울와이엠시에이 총회다. 지난달 이사회가 내놓은 헌장개정안에서도 여성에게 총회 참정권을 주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개정안에는 전에 없던 총회구성원 선출방법 규정 권한까지 이사회가 갖도록 해 이사회의 권한을 더욱 넓혔다. ‘너머서’ 사람들은 오는 총회에서 서울와이엠시에이 회원으로서 정당하게 여성 참정권을 요구할 예정이다. (02-821-8297, 우리은행 067-223481-12-101)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