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별 남녀 성평등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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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호칭 바꾸기·여성가족부 등에 비판…성갈등 격화
성의식 변화와 현실 괴리…이해·소통 새로운 통로 필요
성평등 문제가 성별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전쟁’의 시작이 아닐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인터넷은 이미 갈등을 넘어 전쟁터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칼럼니스트 하재근(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씨는 올해 초 한 인터넷 매체에 ‘어느 한심한 마초들이 여성민우회를 욕하는가’라는 칼럼을 썼다가 지독한 악플에 시달렸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새해를 맞아 성불평등적 가족 호칭(며느리, 올케, 도련님, 아가씨 등) 바꾸기 캠페인을 시작하자 남성 악플러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하씨는 그들과 생각을 달리해 여성단체를 옹호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타자를 배려하는 공동체 시민의식이 실종되면서 마치 문화지체현상을 겪듯 약자와 타자에 대한 이해와 상생이 없는 ‘증오공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내내 ‘된장녀’에 대한 공방이 이어진 데 이어 연말엔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방지 이벤트 논란이 터지면서 여성가족부 폐지 온라인 10만명 서명운동이 있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가족 호칭 바꾸기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는 남성가족부, 안티여성부, 남성권익보호당 등 여성에 대한 비방과 남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이트나 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성격의 사이트와 여성 관련 사이트에는 남성들의 오프라인 궐기를 촉구하는 글도 떠다닌다.
지금까지는 온라인에서만 도드라지고 있지만 ‘성별 갈등’은 이미 관련 전문 기관의 연구 주제가 될 정도로 무시하기 힘든 ‘실체’다.
올초 한국여성개발원은 ‘성별 갈등 해소를 위한 젠더 파트너십 구축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여성개발원은 지난해 6~7월 만 20살 이상 남녀 1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점을 만점으로 봤을 때 학생(2.74)과 화이트칼라(2.69) 남성의 성평등 의식은 농·수·축산업(2.47)이나 자영업(2.62) 남성에 견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직업 안에서 남녀간 성평등 의식 격차는 학생(0.26점)과 화이트칼라(0.25점)가 농·수·축산업(0.07점)과 자영업층(0.17)보다 높게 나왔다.
학생과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남녀간 성평등 의식 격차가 크다는 사실은 취직이나 승진 등에서 남녀 구분 없이 경쟁하고 있는 이들 계층이 군가산점제 폐지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성별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성별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성별(젠더) 갈등이 성역할 재편의 시기를 맞으면서 폭발하듯 터져나온 것으로 진단한다. 〈창작과비평〉 봄호(‘애도의 수사학에서 기쁨의 정치학으로’)에서 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 교수는 이를 부계중심 성별 질서가 개인의 욕망과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데서 찾았다. 김 교수는 “사회적 타협이 이루어지기에는 현재 한국의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분노의 수준이 너무 높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한국여성개발원 안상수 연구위원은 성별 갈등 해소를 위해 “남성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의제를 찾아 남성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혐오에 바탕을 둔 ‘마초’나 ‘된장녀’라는 호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과 남성 모두의 관계맺고 소통하려는 의지를 좌절시킨다”며 서로 각자 ‘타자’의 권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와 소통, 그리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성찰과 윤리에서 새로운 성별 질서를 만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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