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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7 14:59 수정 : 2007.02.27 16:44

316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 노조원들이 10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을 받고 있다. 이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들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여성단체연합 선정

여성의 권익 신장과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올해 수상자로 KTX열차 승무지부가 선정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세계여성의 날(3월8일)을 앞두고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9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 등을 발표했다.

KTX 여승무원들은 남성 열차 팀장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로 외주 위탁돼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2006년 3월부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연은 KTX 승무지부가 여성노동자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과 비정규직화에 당당히 맞선 투쟁으로 우리시대의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공기업의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환기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KTX 승무지부에는 상금 500만원이 수여됐다.

민세원(34)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KTX 문제는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 등 모든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 함축된 사건"이라면서 "파업 1년에 접어들며 많이 힘들고 지쳤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잘못된 관행을 널리 알리고, 올바른 자리로 갈 수 있도록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연은 또한 제주도청과 전 제주도지사에 대한 성희롱 인정 판결을 이끌어내며 고위 공직자에 의한 성희롱에 경종을 울린 고정희씨와 여성 승진 차별에 맞서 승리를 얻어낸 현대자동자 노동조합 판매본부 광주전남지부 여성분회를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평택 미군기지 대추리 도두리 할머니들과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관점에서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 황현주 부장판사, 성평등 문제를 심층적으로 제기한 MBC '여성의 힘! 희망의 한국!' 제작진도 성평등 디딤돌로 함께 뽑혔다.

허수아비 용역회사를 앞세워 여성노동자를 해고한 롯데호텔, 선정성 논란을 빚고 있는 m.net '조정린의 아찔한 소개팅', 여기자를 성추행한 최연희 의원, 한국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와 접대관행을 드러낸 박계동 의원은 성평등 걸림돌의 불명예를 안았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 고속철(KTX) 승무원들이 밧줄로 몸을 묶은 채 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국회로 행진하려다 경찰들에 의해 길이 막히자, 울던 동료 두명이 서로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다. 앞에 힘없이 앉아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8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 KTX여승무원들이 집회를 갖고 자신의 몸을 밧줄과 쇠사슬로 묶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저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 (서울=연합뉴스)


[인터뷰] '여성운동상' KTX여승무원들 대표 민세원씨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노동당 브리핑실에서 연 `KTX 승무원 불법파견 재조사 결과 발표 촉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한 뒤 동료들과 함께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서울지방노동청에서 KTX 승무원 불법파견 재조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다 퇴거불응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전원 경찰에 연행됐고 삭발을 한 민 지부장은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현장에서 보는 승무원들은 변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투사를 만들어내는 사회를 살아내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KTX 문제는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 등 모든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 함축된 사건입니다. 잘못된 관행을 널리 알리고, 올바른 자리로 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1년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 KTX 여승무원들이 27일 한국여성운동연합이 주는 '제19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여성의 권익 신장과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는 상으로 올해는 심사위원 11인의 만장일치로 KTX 여승무원들에게 상이 돌아갔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민세원(34) KTX 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이 동료 10여명과 함께 참석해 모처럼 밝게 웃었다.

민 지부장은 "파업 1년에 접어들며 많이 힘들고 지쳤는데 이런 상으로 격려해 주셔서 큰 힘이 될 것 같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여성 차별적인 채용 관행에 맞선 이번 싸움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KTX 여승무원은 남성 열차 팀장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자회사로 외주 위탁돼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작년 3월부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 380여명으로 시작한 파업은 작년 5월 해고 사태를 거치며 280명으로 줄어들었고, 1년에 접어든 현재는 78명만이 남아 정규직 복직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상태.

민 지부장은 "1년 동안 여성 노동자의 노동력이라는 것이 남성에 비해 폄하되는 것을 많이 느꼈다"면서 "사회가 여성 노동력을 파도 파도 얼마든지 샘솟는 우물물처럼 하찮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KTX 승무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은 동료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20대 중반에 승무원으로 취업해 2년 동안 일하고, 1년 동안 파업하는 사이 이들은 어느덧 20대 후반이 돼 취업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어요. 다른 회사에 취업하려고 해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색안경 때문에 KTX 승무원이었다는 사실은 이력서에 쓰지도 못하지요. 3년을 고스란히 잃어버린 셈입니다."

민 지부장은 "처음 KTX 승무원 채용 당시 항공사 최종 면접만을 남겨 둔 사람도 많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규직 전환과 항공사 승무원에 버금가는 대우를 약속하며 직원으로 채용했다"면서 "철도공사 측은 이제라도 협상 테이블에 나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공부도 하고 싶고, 다른 곳에 취직해 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때때로 든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KTX 승무원으로 당당히 일하고 싶은 소망이 있는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5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는 그는 KTX의 안전 문제도 짚고 넘어갔다.

"현재 KTX 여승무원의 직무에는 승객 안전을 챙기는 업무가 들어있지 않아요. 사고가 나도 자기 몸만 피하면 되는 상황이지요. 여성 승무원에게는 안전 관련 업무를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리면서 현재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은 남성 승무원 하나에 그치고 있습니다. KTX 이용객은 나날이 늘고 있는데 승객 안전은 사각 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한편 이들은 지난해 말 자신들의 정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온라인에 홈페이지(www.ktxcrew.or.kr)를 개설하고, 내달 2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파업 1주년 기념식을 여는 등 투쟁을 계속할 예정이다.

"모금함에 시민들이 넣어주시는 돈이 한달에 30-40만원씩 됩니다. 사회의 무관심에 서럽기도 하지만 이런 분들이 계시는 한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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