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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27 17:48 수정 : 2007.02.27 17:48

‘올해의 여성운동상’ 받은 KTX열차 승무지부

‘올해의 여성운동상’ 받은 KTX열차 승무지부

성차별적 비정규직 거부 1년째 파업 중
인권위 시정명령 불구 철도공사 묵묵부답
‘여성권익 향상 위한 저항’ 공로 인정받아

“파업을 시작한지 28일로 만 365일이 되었습니다.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 문제는 여성 차별, 비정규직 고용, 하청노동자의 문제가 결합돼 있습니다. 잘못됐다는 것을 알리고 바로 잡게끔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의 여성운동상’ 19번째 수상자로 철도노조 케이티엑스 열차승무지부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상은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여성운동계의 가장 큰 상 가운데 하나다. 여성운동상 심사위원회는 이들의 저항이 사회적 차별과 비정규직화에 맞서는 여성 노동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했다.

케이티엑스 승무지부는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1년째 파업을 해왔다. 현재 동참하는 사람들은 모두 78명이다. 지난해 5월 전원 해고된 뒤 100여명은 케이티엑스 관광레저에 재입사했고, 100여명은 현장을 떠난 상태다.

2004년 케이티엑스 개통과 함께 입사한 민세원(34) 철도노조 케이티엑스 열차승무지부장은 지난해 8개월간의 수배 기간 동안 삭발을 한 탓에 짧은 머리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그는 “각계에서 쏟아지는 성원과 격려가 큰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가장 바라는 건 제 자리에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적으로 당장 철도 공사의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어렵다면 정규직을 전제한 비정규직 고용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 공사는 대화로 문제 풀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민 지부장은 대한항공 여승무원 출신으로 5년 동안 비행기를 탔다. 그는 “경험상 볼 때 항공기나 철도나 안전의 중요성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똑같다”며 “이미 여승무원이 있는 고속철도에서는 더욱이 승객의 안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0여명 승객의 안전담당 업무를 팀장 한명이 담당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는 “여승무원에게 안전 업무를 맡기는 게 당연하고 이전에는 우리도 그렇게 해왔지만 파업 이후 여승무원들에게 안전 업무는 맡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힘도 많이 얻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케이티엑스 성차별 고용 사건에 대한 결정문에서 실질적 차별행위자로서 철도공사는 여승무원들에게 행한 차별을 시정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여성노동네트워크’라는 여성 모임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금요촛불문화제도 매주 계속하고 있다. 지난 연말 사회 각계인사 2735인이 서울역 광장에서 선언문을 발표했고 ‘케이티엑스 안전을 걱정하는 시민의 모임’과 ‘케이티엑스 승무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교수 모임’도 발족했다. 홍보전을 할 때 시민들이 모금함에 넣어주는 ‘투쟁 기금’도 보탬이 된다.

민 지부장은 “다른 회사에 재입사하려 해도 ‘투쟁하는 여자’를 싫어해 이력서에 경력을 쓸 수도 없다”라며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대 중반의 여성 노동자들이 겪은 충격과 좌절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점을 수정하는 것이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고, 옳다고 생각한 일에 대한 진정성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www.ktxcrew.or.kr)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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