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4 19:46
수정 : 2007.03.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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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서교동 홍익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연합 창립 20돌 기념 대회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성매매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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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합 20돌 기념식
“여성빈곤 의제화 등
일상 속 실천에 집중”
“깃발을 드는 시대는 지났지만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중합니다.”(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우리나라 진보적 여성단체의 연합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이 창립 20돌을 맞아 4일 오후 서울 서교동 홍익대 체육관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엔 권영길(민주노동당), 김근태(열린우리당), 이계경(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서명선 여성개발원 원장, 백승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등 각계 인사와 전국 여성활동가 1500명이 참석했다.
창립 초기 1980년대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 여성운동계의 대모’인 이이효재(83·현 진해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장) 2대 여성연합 대표는 “성년이 된 여성연합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게 돼 감격스럽다”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그동안 여성연합이 주장해온 인권·자유·평등이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화되는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도록 실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연합은 1987년 2월18일 창립해 현재 전국 6개 지부와 29개 회원단체를 두고 있다. 여성 정치·사회 지도자의 산실이기도 하다. 1대 고 이우정 대표(14대 국회의원), 4대 한명숙 대표(전 여성부·환경부 장관, 17대 국회의원, 국무총리), 4대 이미경 대표(15~17대 국회의원), 5대 지은희 대표(전 여성부 장관), 6대 신혜수 대표(현 유엔여성차별철폐위 부의장), 6대 이경숙 대표(17대 국회의원)까지 쟁쟁한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다.
더욱이 가족법 개정, 성폭력·가정폭력방지법 제정,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은 여성연합이 이룬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깃발’을 들고 여성운동계의 강력한 연대틀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최근 이 단체가 연합체로서 여성운동의 통합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는 문화, 노동, 성소수자 운동, 일상생활운동, 여성환경운동 등 여성운동이 다양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성매매방지법 반대 등 여성운동에 대한 사회적 반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여성연합의 활동이 명망가 중심의 운동으로 이뤄져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남윤인순 상임대표는 “지금까지는 여성 관련 법·제도 개선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다양한 문제를 아우르며 소통하는 기회를 놓친 점이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풀뿌리 운동과 대안적 생활 운동으로 바꿔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연합은 앞으로 ‘일상의 문제’에 집중해 △풀뿌리 지역 여성들과 함께 빈곤 여성의 생활 자립과 교육 지원 △대선 시기 여성정책 요구 △여성 빈곤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토론회와 캠페인 전개 △지역 운동세력과 함께 돌봄노동 사회화운동 등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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