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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7 19:41 수정 : 2007.03.07 22:10

여성 가장 김아무개씨가 6일 저녁 서울 용산구 용문동 자신의 미용실에서 어린이 손님의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절망끝 자립기틀 다진 여성가장들

#1 이한희(39·가명)씨는 2002년 12월 남편과 이혼했다. 남편은 결혼 생활 동안 수입이 거의 없었다. 생활이 어려워 빌렸던 돈 5천여만원은 이혼과 함께 고스란히 빚이 되어 이씨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두 딸도 그가 맡았다.

이씨는 닥치는대로 일했다. 경기 안양의 노트북 부품 공장에서 일하며 주말 특근은 무조건 했고, 야근도 도맡다시피했다. 2005년 어느날 야근을 마치고 아침에 퇴근해보니, 딸들이 더러운 개 두마리를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길 잃은 개들이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밤이 무서워서 데려왔다”고 했다. 엄마가 잘 못 챙기다보니 맏딸은 사회성이 떨어져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회사 사정마저 기울어 지난해 8월엔 회사를 나와야 했다. 마땅한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 공장과 식당 등을 전전했다. 그즈음 시민단체에서 여성 가장들에게 창업지원을 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해말 절박한 심정으로 ‘아름다운 재단’의 문을 두드린 이씨는 창업자금 3천만원을 빌렸다.

그는 오는 21일 서울 금천구에 차 석대를 수용하는 세차장을 연다.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자주 보였지만, 이씨는 “가게가 문을 열면 사정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2 김아무개(38)씨는 2001년 8월 남편과 불화 끝에 무작정 집을 나섰다. 두 딸과 함께였지만 그의 손엔 달랑 2만원밖에 없었다. 친정 형편이 어려워 갈 곳도 없었던 김씨는 경기 시흥의 아는 교회에 몸을 맡겼다. 교회 한켠에서 반년 동안 지내다가, 어린이집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을 돌보며 한달에 40만원밖에 받지 못했지만 거처가 생긴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김씨는 그곳에서 1년만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2003년 5월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자원에 들어갔고, 아현동의 미장원에서 일자리도 잡았다. 2005년 4월 김씨 역시 ‘아름다운 재단’에서 3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용산구에 10평 남짓한 미용실을 하나 열었다. 4년만에 겨우 자립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었다.


여성가장 10만가구 빈곤 생활
한부모가정 복지법 성사 주목
“경제지원 외 심리적 도움줘야”

여성이 가장인 가구수
‘홀로서기’에 절망의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아름다운 재단 쪽은 이제까지 12명을 지원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 여성 가장은 모두 108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5만4천여명은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이다. 8일 ‘세계 여성의 날’ 99돌을 맞은 우리나라 여성가장의 현실은 이처럼 열악하다.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은 정부로부터 생계비와 일정한 의료지원을 받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를 꾸릴 수는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최저생계비의 100~130%를 버는 4만6천여명이다.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고등학생 자녀 수업료 면제와 6살 이하 어린이에게 매달 지급되는 5만원뿐이다. 의료혜택과 생계비 지원이 없어, ‘빈곤층보다 더 빈곤한 계층’이다. 올해 예산을 짜면서 8살 이하 어린이에게 매달 양육비 10만원씩을 지급하는 안이 검토됐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달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한부모 가정의 생계비, 아동교육지원비 등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모부자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또한 여성가족부가 예산 때문에 난색을 표해 현실화할지 불투명하다.

김직상 부산한부모가족 자립센터 소장은 “지원이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만 되다 보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정부가 여성 가장들에게 일정액의 목돈을 대출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빈곤 탈출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황은숙 소장은 “여성 가장들은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들이 정서적인 위안을 얻으면서 서로 양육 정보들을 교환할 수 있는 상담·교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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