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 확대 논란 |
‘효과’를 거둘 것인가, ‘역효과’를 낼 것인가. 법무부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 전면 확대시행을 앞두고 여성계에서 찬반의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란 가정폭력 피의자에 대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검찰이 기소를 미뤄주는 제도를 말한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20일 법무부가 현재 일부 검찰청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를 전면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서 생겼다. 법무부에서는 이 제도가 현재 여성계의 요구에 따라 서울서부지검 등 17개 검찰청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상담을 통한 부부간 화해를 이끌어내 여성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21일 보도)
“부부관계 개선 도움”vs“피해자 보호는 뒷전”
이 제도는 지난해 3월 시범사업 때부터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데 소극적인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하다’는 현실론과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줄기차게 엇갈려왔다. 여성부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주요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결과를 분석해 지난달 발표한 결과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평가를 수행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쪽은 “형사제도의 기본원리인 개인의 행복추구보다 가정유지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에게 억지로 가정을 유지하게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이 제도의 확대 시행에 대해 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단체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검찰의 시범시행 상담소로 지정돼 가정폭력 전문상담을 실시해왔다. 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가정폭력사건으로 처리된 19쌍을 상담한 결과 100% 폭력성 교정이 이뤄졌고 부부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가정폭력 피의자에 대해 검찰의 기소가 적은 지금의 상황에서 오히려 합리적인 제도라는 평가다. 또 피의자의 학습된 폭력성을 교정하는 한편, 피해자 역시 함께 상담을 받으면서 위험한 상황에서 잠시 자리를 피하는 ‘타임 아웃 기법’ 등 실질적인 대처법을 교육해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이 제도를 반대하는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가정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인권보호이며 지속적이고 악질적인 가정폭력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폭력행위자에 대한 교정도 필요하겠지만 빈발하는 폭력 남편 살해 여성 등의 사건에서 보듯 피해자 보호에 대한 점검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전면 확대 실시되면 법원으로 송치되는 사건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처벌만 완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 제도를 도입한 뒤 7개월 동안 가정법원송치 건수는 176건으로 전해 같은 기간 347건에 비해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해 0건이었던 기소유예는 104건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쪽은 “가정폭력사건의 국가책임을 강조하고, 피해자에 대한 안전확보 및 보호강화를 뼈대로 한 법 개정을 꾸준히 요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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