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에서 지난 27일 불로 숨진 미아리 성매매 여성들의 유가족 등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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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시늉’ 아닌 강력처벌 팔걷어 27일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화재사건을 계기로 성매매업소 집결지 폐쇄 조처가 강도높게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30일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성매매업소 집결지의 단계적 폐쇄 및 정비를 뼈대로 한 입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여성부는 법안 마련과 함께 오는 7~12월 집결지 실태조사를 실시함과 아울러 긴급생계비 지원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이고 금액 또한 2배로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성매매여성 자활을 위한 센터도 내년중으로 50개소로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주거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공공임대 지원사업으로 임대아파트 50세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런 정부의 방침은 성매매방지법 시행 뒤에도 끊이지 않는 인권유린형 영업과 사고에 따른 여파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법시행 이후 성매매여성의 알려진 죽음만 7건이다. 5명은 화재로 숨졌고, 1명은 성매매로 인한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으며 또 1명은 성구매자에게 살해당했다. 추상같은 성매매방지법이 있었지만 ‘처벌 위주, 자활대책 부족’이라는 여론의 저항 탓에 밀려 정부는 시행초기에 비해 강력한 처벌에 나서지 못했다.%%990002%% 검·경 솜방망이에 업주들 코웃음
“새 검찰총장 취임 맞춰 엄벌 조처” 여성부는 성매매에 대한 실질적인 단속, 처벌을 위해 법무부와 지방자치 단체 등 관련부처에 좀더 강도 높은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장 장관은 30일 기자회견에서 하월곡동 화재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팀을 구성을 법무부 등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 장관은 이례적으로 관련 기관에 대한 불만을 세게 드러내기까지 했다. 장 장관은 “문제는 검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 검찰청장이 취임하는 대로 성매매 업주에 대해 검찰이 엄하게 조처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군산 화재사건 당시에는 군산시의 협조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에는 서울시가 분향소 설치 지원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달간 경찰의 특별단속 결과 업주의 단속건수는 849건에 달했지만 구속된 업주는 100명에 그쳤다. 최근 화재참사가 난 서울 하월곡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뒤 성매매업소에 대한 단속 결과 업주가 단 한차례도 구속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업주 10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10명의 영장이 모두 기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성매매방지법 시행 뒤 서울에서만 18명의 업주가 검거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14건의 영장이 반려 또는 기각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전국적으로 검찰에 송치된 성매매 범죄건수는 870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정식 기소된 것은 182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화재 참사처럼 성매매업주가 명백하게 불법행위를 해오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업주에 대한 처벌이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뒤 사후약방문식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의 정경숙 소장은 지난 22일 한국여성개발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 3월 부산 완월동 여성을 살해한 성구매자는 구속됐지만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매매를 하는 남성의 수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단속이 부족해 업주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알선업주가 단순히 벌금형을 받는 수준이라면 벌금액수만 인상되었을 뿐 처벌의 수위는 과거 윤방법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번 화재사건에서도 사건 하루전인 26일 밤에는 종암경찰서에 정신지체3급 장애인이 성매매를 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업주도 불구속입건에 머물러 미온적 대응이 문제가 됐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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