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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6 19:36 수정 : 2005.04.06 19:36

“감투도 공연도 열심히 해야죠”

‘나는 깨어난 여성이다/나는 무지의 문을 열었고/나는 황금빛 팔찌에 영원한 작별을 고하겠다.’(안혜경 노래, 아프가니스탄 여성혁명동맹(RAWA)의 이야기를 다룬 곡 ‘결코 되돌아가지 않으리라’ 가운데)

그의 노래는 여성들에게 힘을 준다. 가슴을 울리는 긴 여운이 있다. 여운이 가시면, 기운이 난다. 그의 목소리는 그래서 한 번이라도 삶이, 희망이 꺾여본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겐 일종의 축복이고 세례다. 가수 안혜경(48)씨.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페미니스트 가수’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그가 최근 (사)여성문화예술기획(여문)의 새 대표가 됐다. “뭐든지 다 열심히 해야지요. 공연도 하고, 대표 역할도 잘 해야죠.” 미리 출연을 약속한 뮤지컬 ‘메노포즈’의 연습 일정 때문에 아직 대표 노릇을 본격적으로 못하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선이 굵은 그의 활동으로 미뤄볼 때 공연과 대표역할을 병행하겠다는 얘기가 허언만은 아닐 듯도 하다.

안 대표는 이화여대 성악과에 다니던 20여 년 전부터 무대에서 활동해온 여성주의 문화예술인이다. 92년 창립해 <버자이너 모놀로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같은 여성주의 연극과 서울여성영화제 등의 행사를 기획한 여성문화예술기획의 초기 회원이기도 하다. 대학생 시절 그는 70년대 노동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노래극 ‘공장의 불빛’녹음에 참가한 ‘얼굴 없는 가수’였다. 그가 여성의 아름다움과 힘을 발견한 건 지난 95년. 베이징세계여성대회에서 한국 대표로 공연을 하면서였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성들의 기운과 열정을 경험한 그는 돌아와 페미니즘 록밴드 ‘마고’를 결성했다. 40대 중반에 가죽바지와 펑크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노래부르는 그의 모습은 관습에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여성주의자들에게조차 일종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베이징세계여성대회는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어요. 지구촌 여자들이 모여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마당을 만들었거든요. 그 때의 느낌을 되살려 앞으로 여성, 환경, 평화란 주제를 아우를 수 있는 세계 여성평화축제를 꼭 한번 열고 싶습니다.”

요즘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뮤지컬 ‘메노포즈’(폐경기)는 또래 여성의 이야기다.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아트홀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그는 “번식의 끝을 뜻하는 폐경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완성되는 의미로 완경기라 부르자”며 “여성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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