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가게운동 사무국 김지영씨가 우산천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들어보이고 있다. 수리하기 어려운 헌우산천으로 비옷, 앞치마 등도 쉽게 만들 수 있다. |
환경도 생각하고 “몸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삶을 살자.” 환경을 살리려는 ‘살림이스트’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도시에서도 친환경적으로 살며 물건을 아껴 쓰되 궁색하지 않게 산다. 권영미(44·인천 부평구 부흥중학교 교사)씨는 몇 달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밖으로 내다버린 적이 없다. 두 아이를 비롯한 4명의 식구들이 있는 집 치고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반찬이야 남김 없이 먹으면 된다지만 과일이나 야채껍질은 어떻게 할까? 권씨는 “훌륭한 청소부가 있다”고 한다. 이 ‘청소부’는 바로 지렁이. 권씨는 3년 전부터 정토회에서 얻은 지렁이 화분에 과일과 채소 껍데기, 잔반 등을 넣어 지렁이 먹이로 주고 있다. 지렁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우고 분변토라는 질 좋은 퇴비를 배설한다. 이 퇴비에는 매캐하게 코를 찌르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 대신 신선한 흙냄새가 난다. 이 검은 흙을 식물에 주면 생장에 큰 도움이 된다. 권씨는 지난 해엔 서울기독교여자청년회(서울YWCA)의 도움을 얻어 마련한 ‘지렁이 화분’을 학교로 가져와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시켰다. 관찰일지를 쓰며 아이들은 지렁이가 징그럽다는 편견을 없앴고, 비록 어린 시절이었지만 소금을 뿌려 지렁이를 괴롭혔던 일을 가슴 아프게 떠올렸다. 권씨는 “아이들이 생명의 귀중함을 느끼고 자연과학적인 사고능력도 생기는 것 같다고 좋아한다”고 ‘효과’를 전했다. 음식물쓰레기 지렁이 먹이로
일회용 대신 면 생리대 쓰기
우산천으론 장바구니 재활용
친환경적 삶 사는 여성 늘어 서울기독교여자청년회 소비자환경부 허수진 간사는 “지렁이 화분은 많은 음식물을 근원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아니지만 음식물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단체는 희망하는 학교와 가정을 모아 화분을 분양해 ‘음식물쓰레기 제로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가정, 학교, 복지관, 어린이집 등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곳에서 관련 교육을 하고 남은 음식물은 지렁이, 발효흙, 미생물을 이용해 퇴비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참여한 이들은 9월까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과 퇴비량을 기록해 한 달에 한 번씩 제출해야 한다. (문의 서울기독교여자청년회 소비자환경부 02-3705-6067)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과 더불어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며 못 쓰게 된 물건을 다시 고쳐쓰거나 용도를 바꿔쓰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녹색 가게’, ‘아름다운 가게’ 등 재활용 가게가 늘어나면서 이 추세에 더욱 불이 붙는 형국이다. 지난 1월 창립해 전국 53개 풀뿌리 재사용·재활용 시민환경단체로 이뤄진 전국녹색가게협의회는 6월까지 서울, 대전, 부천, 대구, 부산 등에서 ‘재사용·재활용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에코스타일리스트 과정’으로 ‘되살림 강좌’를 연다. 이 강좌에서는 태울 때 다이옥신을 발생하는 일회용 생리대 대신에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면 생리대 만들기, 수리가 불가능한 우산천으로 앞치마·배낭덮개·비옷 만들기, 한복 천으로 액세서리 만들기, 쓰던 사기 그릇 등을 이용한 화분 만들기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김지영 간사는 “못 쓰게 된 물건에 새 생명을 주는 일을 하다보면 생활양식과 삶이 점점 친환경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문의 녹색가게운동 사무국 02-725-5828)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지렁이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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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스트가 되는 생활의 지혜
1. 단순하게 살자. 물질적 풍요에 얽매이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친다.
2. 마음의 여유를 가지자. 생태적 삶은 맹목적이 되는 순간 궁상으로 바뀐다.
3. 꾸준히 실천하되 안 될 때는 쉬자.
4.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자. 재미와 호기심이 붙는다.
참조 <자연주의 절약생활>(야마자키 에리코 지음, 이근아 옮김, 이아소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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