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시선 거두어야” “성매매여성은 과연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할 성노동자인가? 가부장과 남성의 욕망에 희생된 피해자인가?” 지난 12일 한국, 타이완, 타이, 인도 등 아시아의 성매매여성조합과 비디오 액티비스트, 그리고 여성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회를 열었다.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여성영화제 국제포럼 2005’. 토론장은 더 없이 격렬했다. 각종 이론과 현실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만에서 온 여성들의 `낯선' 주장이 눈에 띠었다. 왕팡핑. 타이완의 성매매여성조합 ‘코스와스’(COSWAS) 대표다. 코스와스는 공창의 현주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타이베이 성매매여성 지원조직. ‘성노동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타이완 성매매여성들의 권리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타이베이 공창연합이 함께 만든 단체다. 서울여성영화제 포럼에 참석한 왕 대표와 40년 동안 성매매를 해왔다는 아인은 “현장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강조하는 쪽이었다. 이들은 지난 97년 천수이벤 총통이 공창제를 폐지하면서 불거진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로 말문을 열었다. “천수이벤은 중산층의 표를 모으려고 공창제를 폐지했다. 성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요구하며 합법적인 노동권을 얻기 위해 투쟁했고, 타이완 사회는 들끓었다. 오명을 쓴 성노동자들에 대한 불온한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 왕 팡핑은 노동운동을 하다 8년 전부터 성매매여성들과 함께 일해온 운동가. 한국 사회에서는 다소 파격적일 수 있는 그의 주장은 줄곧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과 노동권 보장에 머물렀다. 현재 타이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매매가 불법이다. 조건부로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타이완은 우리와 달리 공창제를 허용하다가 금지했고 성매매여성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대신, 범죄자로 묶어놓았다. 하지만 ‘피해자’란 관점도, ‘범죄자’란 시선도 이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성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 뒤 가장 달라진 점은 그들의 얼굴로, 목소리로 얘기하게 된 것이다. 여성들이 커튼 뒤에서 걸어나왔다. 그 여성들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타이완 성매매 여성들은 자활의 방법으로 자궁에 좋은 중국 허브로 만든 식초를 팔고 있다. 왕 팡핑은 “성매매여성들에게 이어져온 비방”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가 식초 판매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이날 토론은 견해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여성학 강사 원미혜씨는 “성산업 밖에 있는 지식인들의 담론투쟁도, 지배적인 헤게모니 안에 머무는 성매매여성들의 목소리만이 유일하게 중요하다는 전제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여성 |
대만 성매매여성조합 대표 왕팡핑 |
불온한 시선 거두어야” “성매매여성은 과연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할 성노동자인가? 가부장과 남성의 욕망에 희생된 피해자인가?” 지난 12일 한국, 타이완, 타이, 인도 등 아시아의 성매매여성조합과 비디오 액티비스트, 그리고 여성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회를 열었다.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여성영화제 국제포럼 2005’. 토론장은 더 없이 격렬했다. 각종 이론과 현실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만에서 온 여성들의 `낯선' 주장이 눈에 띠었다. 왕팡핑. 타이완의 성매매여성조합 ‘코스와스’(COSWAS) 대표다. 코스와스는 공창의 현주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타이베이 성매매여성 지원조직. ‘성노동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타이완 성매매여성들의 권리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타이베이 공창연합이 함께 만든 단체다. 서울여성영화제 포럼에 참석한 왕 대표와 40년 동안 성매매를 해왔다는 아인은 “현장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강조하는 쪽이었다. 이들은 지난 97년 천수이벤 총통이 공창제를 폐지하면서 불거진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로 말문을 열었다. “천수이벤은 중산층의 표를 모으려고 공창제를 폐지했다. 성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요구하며 합법적인 노동권을 얻기 위해 투쟁했고, 타이완 사회는 들끓었다. 오명을 쓴 성노동자들에 대한 불온한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 왕 팡핑은 노동운동을 하다 8년 전부터 성매매여성들과 함께 일해온 운동가. 한국 사회에서는 다소 파격적일 수 있는 그의 주장은 줄곧 성매매여성들의 생존과 노동권 보장에 머물렀다. 현재 타이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매매가 불법이다. 조건부로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타이완은 우리와 달리 공창제를 허용하다가 금지했고 성매매여성들을 피해자로 규정하는 대신, 범죄자로 묶어놓았다. 하지만 ‘피해자’란 관점도, ‘범죄자’란 시선도 이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성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 뒤 가장 달라진 점은 그들의 얼굴로, 목소리로 얘기하게 된 것이다. 여성들이 커튼 뒤에서 걸어나왔다. 그 여성들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타이완 성매매 여성들은 자활의 방법으로 자궁에 좋은 중국 허브로 만든 식초를 팔고 있다. 왕 팡핑은 “성매매여성들에게 이어져온 비방”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가 식초 판매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이날 토론은 견해의 ‘차이’를 확인하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여성학 강사 원미혜씨는 “성산업 밖에 있는 지식인들의 담론투쟁도, 지배적인 헤게모니 안에 머무는 성매매여성들의 목소리만이 유일하게 중요하다는 전제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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