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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0 18:58 수정 : 2005.04.20 18:58

장향숙의원 국회문턱 넘은지 1년

여성, 장애인, 무학력. 한국 사회에서 살기 어려운 이 3가지 조건을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47·비례대표)은 모두 지니고 산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뒤 “‘정상’이 아니라고 소외시키는 ‘배제의 논리’에 맞서고 싶다”고 했다. 여성장애인 활동가 출신 국회의원으로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제의 논리와 맞닥뜨려야 한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국회에 입성한 지 1년 된 그를 만났다.

‘힘있는’ 국회의원이지만 장 의원은 “여전히 현실에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하월곡동 성매매업소 집결지 화재참사 현장에 그는 가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하던 여성장애인이 화상을 입어 더욱 심한 장애를 겪게 되었지만 “대안 없이 현장을 둘러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장 의원은 부산에서 여성장애인 쉼터를 운영하면서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던 여성장애인과 함께 생활했던 적이 있다. 업소에서 그들을 빼내 쉼터에 데려왔다가 집에 보내기도 했고, 2층에서 떨어져버리겠다고 ‘협박’하던 성매매여성장애인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던 기억도 있다. 자활을 도와주려 했지만 이미 성매매에 길들여진 여성들은 그의 설득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매매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장애인의 문제는 제 가슴에 생채기처럼 남아있는 부분입니다. 여성장애인의 성상품화란 사회적 문제와 현상을 어떻게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전체 여성계와 함께 의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 의원은 요즘 가족 관련 입법안 마련 때문에 고민이 많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강가정기본법을 뛰어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준비 중인 법안의 목적은 혈연과 혼인으로 이뤄진 혈연공동체의 개념을 넓히고 ‘건강가정’이란 말을 바꾸는 것이다. 혈연으로 묶어진 가족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처음부터 엄청난 공격을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가정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는 6월까지 이 입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장애인 가족을 이루고 산 그의 경험도 영향을 끼쳤다.

가족관련 입법안 준비…“거센 반발” 이미 각오

“저부터도 장애인 가족을 많이 데리고 살았습니다. 혈연 못지 않게 정과 사랑을 나눈 가족이었죠. 건강가정기본법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한다고 하지만 용어 자체부터 철학적 문제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장 의원은 “건강가정은 곧 정상가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고 정상가정은 부모와 아이들로 이뤄진 가정임을 연상시킨다”며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시대에 맞는 내용을 담은 가족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도 그가 힘을 쏟고 있는 주제다. 그는 열린우리당 지도부 선출 때 받은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명숙 의원이 당의장 선거에서 꼴찌를 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여성에 대한 ‘배제의 논리’가 작동한 것으로 믿는다. 높아만 보이는 현실 정치의 벽.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여성의원 네트워크 소속 의원들과 함께 오찬을 하면서 여성정치세력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했다.

“한명숙 의원은 연설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지지를 많이 받은 분입니다. 그분의 삶이나 대중 영향력 측면에서 압도적이었죠. 그런데 표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쓴 경험은 가르침도 함께 주는 법이다.

“단기, 중장기적인 계획을 나눠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실천 과제를 잡고 실행에 옮기려고 합니다. 비례대표들이 지역에 뿌리 내려 지금부터 지역구를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저요? 저는 2년 뒤쯤 국회의원 일이 정말 계속 할 만한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보려고 해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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