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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7 18:04 수정 : 2005.04.27 18:04

교사 인건비 지원을 축소하면서 당장 국공립 시설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현장 교사들은 “인건비 지원이 축소된 뒤 질 높은 보육보다 아이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영유아보육 정책’ 석달

경기도 한 국공립 어린이집 서아무개 원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서원장은 4명의 교사들과 의논해 지난달 월급을 50%만 주었다. 이용 아동 수가 줄어들어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달에도 원장 자신은 월급을 챙기지 못했다. 벌써 올해 들어 두달 연속 적자다. 영아반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수가 지난달에는 1명, 이번달에는 2명에 그쳤다. 영아의 수가 3명은 돼야 교사인건비의 80%를 지급받을 수 있는 까닭에 이 어린이집은 2달 동안 국가로부터 교사인건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서 원장은 “아이들 유치에 압박을 받아 업무를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라며 “예전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눈을 한번 더 마주칠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받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질 높은 보육에 대한 고민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영아보육 우선’ 않으면 제재…실제론 아이 모으기 어려워
국공립 어린이집 경영난 허덕…한쪽선 보육료 자율화 목청

정부는 올해부터 국공립·법인시설에 대해 영아 보육을 우선하지 않을 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뒤늦게 저출산을 극복하려고 영아반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 초부터 이 정책은 모순에 봉착했다. 보육시설의 시설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동네 아이들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 탓이 큰 데다 갓난 아이를 시설에 맡기기보다 개인양육하는 사회적 관습도 이유가 됐다. 실지로 여성부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영아를 시설에 보내는 것보다 고가의 개인양육지원서비스를 먼저 선택한다고 드러났다. 여성부의 전국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9월~올 2월 현재 돌이 안된 아이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대신 영아들 4명 가운데 1명은 조부모, 베이비시터, 탁아모 같은 개인양육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된 셈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교사 인건비 감소에 따른 경영난에 대해 “보육료를 지원하는 저소득층의 범위를 늘린 만큼 국공립 시설에 주던 교사 인건비 비율을 낮추는 게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보육시설이 경영난을 겪자 보육료를 자율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을 중심으로 경제학계·재계출신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가격규제를 완화해 보육료를 자율화하자는 쪽이다. 일부 학자들과 시설장들도 보육료 자율화를 자주 거론하고 있다. 여성부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보육시설평가인증제를 실시해온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보육료 자율화를 실시하는 나라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보육료의 자율화는 빈익빈 부익부를 유발해 균등한 보육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자주 지적되고 있다. 전국보육노동조합의 이윤경 사무처장은 “교사들의 처우 개선책을 만드는 등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여성부가 정책 초기의 혼선을 서둘러 바로잡지 않으면 보육료 자율화 주장이 더 거세지고, 그러면 보육료 부담이 고스란히 부모들의 몫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안은 국공립시설의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축소와 보육료의 지속적 인상을 초래해 보육의 질이 하락한다”며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새판을 짜라”고 요구했다.

인건비를 줄이면서 시설을 경쟁시키고 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대책과 때를 맞춰 교사들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1일 중앙보육정보센터는 지역보육정보센터와 평가인증제 참여 보육시설을 대상으로 시대착오적인 ‘취업규칙’ 을 배포해 물의를 빚었다. 중앙보육정보센터는 시설장들의 모임인 한국보육시설연합회가 여성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취업규칙에 따르면 헌법이 보장한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해 교사의 징계가 가능하고 1년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하면 당연 퇴직 조항이 있어 모든 직원을 1년 단위의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전국보육노동조합이 곧장 성명을 내고 항의하자 여성부는 배포된 취업규칙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

이 사건 며칠 뒤 경기도가 시군구별 보육시설 1곳을 대상으로 어린이집에 ‘실시간 유아보호관찰 시스템’(CCTV 설치계획)을 만들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다시 파문이 일었다. 학부모가 컴퓨터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해 보육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이들과 보육교사들에 대한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 현재 의회에서 계류중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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