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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9 11:31 수정 : 2005.04.29 11:31

여성부가 어린이들에게 양성평등을 알려주려고 만든 ‘어린이 평등세상’에 소개된 가정에서의 성차별 사례들.


여성부, 양성평등 19가지 사례소개 ‘적절성’ 논란

“아빠 나빠요!”

정부가 어린이들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준다면?

여성부가 어린이들에게 ‘양성 평등’을 알려주려고 만든 사이트에서 “엄마는 아빠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고 제시한 사례들에 대해 남성 누리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사이트는 여성부가 어린이들에게 양성평등을 홍보하려고 지난해 3월 만든 ‘평등 어린이 세상’(www.moge.go.kr/kids)이다. 이곳은 여성부에서 하는 일, 양성평등, 알고싶은 성 이야기, 참여마당, 재미나라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 곳에서 남성 누리꾼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양성평등 내용 가운데 가정에서의 성차별 사례들이다. 여성부는 가정에서의 성차별을 설명하는 글에서 “엄마와 아빠는 집안의 똑같은 두 개의 기둥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다르다”며 “엄마는 아빠에 비해 차별 받고 있다”고 써놨다.

여성부는 엄마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례로 “엄마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집 재산은 대부분 아빠 이름으로 한다” “아빠는 화가 나면 화를 내는데 엄마는 늘 모든 일을 참는다” “아빠는 나이가 같은 엄마에게 반말을 하는데, 엄마는 아빠에게 반말을 못한다” “아빠는 회사 갔다 오시면 TV를 보거나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회사 다니시는 엄마는 집에 와도 쉬지 못하고 바로 집안 일을 시작한다” “아빠는 많은 돈이 필요할 때 엄마에게 묻지 않고 쓰지만 엄마는 꼭 아빠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등 19가지를 소개했다.

그러나 여성부가 19가지 사례를 들어 아빠와 엄마를 단순하게 비교한 이 사이트가 양성평등의 홍보대상인 어린이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부를지는 미지수다. 여성부가 가정내, 사회내 여성차별의 근거로 든 사례와 표현이 지나치게 남녀의 역할을 단순화시키고 대립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긍정적인 성 역할 모델의 정립과 개선에 기여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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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를 접한 남성 누리꾼들은 “여성부가 성역할 차별에 앞장섰다”며 여성부 게시판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역차별’이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과연 엄마만 차별받고 아빠는 누리기만 하냐”고 따졌고, 누리꾼 ‘김맹진’은 “남성의 여성차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여성의 남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arekano’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남녀평등을 말하는 여성부가 지금 하는 일이 남녀평등과 관계된 일이냐”며 “지금 하는 행동은 여성을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으려는 노력이 아니라, 남자를 깔아뭉개고 헐뜯음으로써 평등해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부 쓸데없는 곳’이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여성부가 양성평등이라고 해놓고 아빠만 문제삼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여성부의 목적이 남성을 차별하라고 만든 곳이냐”고 따졌다. ‘남자는 무슨 괴물인가’라는 제목을 댓글을 남긴 누리꾼 ‘실망’은 “여성부에서는 여자만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되고 남성은 불필요한 괴물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헷갈려’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남자인 나도 내용이 이상하고 이해가 안된다”고 의문을 제기했고, 누리꾼 ‘류경열’도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여자가 제일 불쌍하다고 인정받기 위한 것이냐”며 따졌다. 누리꾼 ‘쯧쯧쯧’은 “적어도 보통의 양식있는 시민들이 봤을 때 수긍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성부가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질타했다.

한 누리꾼은 “여성부 자체가 또 다른 남녀차별을 위한 전초기지 같다”며 “수많은 아빠들과 아빠가 될 남성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피해의식에 찌들게 될까 더욱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여성부 관계자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의식을 맞춰나가다 보면 이런 사례도 차별사례에 해당된다는 생각에 서로 도와주자는 의미에서 사례를 적어놓은 것”이라며 “사례를 단답식으로 해놓다 보니까 주관적인 부분도 있고 해서 6월말 사이트 개편 때 서술형식으로 바꿀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 기자가 여성부에 사이트 개설 취지 등을 물으며 취재에 들어가자, 29일 오전 사이트에서 이 내용이 삭제되었다. 여성부의 공보담당자는 갑작스런 사이트 삭제 이유를 묻는 <한겨레> 기자에게 “남성들이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서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곧 팝업창을 띄워 그 부분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올릴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 여성부가 소개한 ‘아빠와 엄마의 차별’ 사례들

- 우리들의 성(姓)은 무조건 아빠의 성을 따른다.

- 우리들의 호주는 아빠이다.

- 엄마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집 재산은 대부분 아빠 이름으로 한다.

- 문패에는 아빠 이름만 써 넣는다.

- 아빠는 나이가 같은 엄마에게 반말을 하는데, 엄마는 아빠에게 반말을 못한다.

- 아빠는 화가 나면 화를 내는데 엄마는 늘 모든 일을 참는다.

- 아빠는 외할머니 집에 잘 안 가는데 엄마는 친 할머니 집에 자주 가야 한다.

- 아빠는 외할머니에게 칭찬만 받는데 엄마는 친할머니에게 혼나기도 한다.

- 아빠는 회사 갔다 오시면 TV를 보거나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회사 다니시는 엄마는 집에 와도 쉬지 못하고 바로 집안 일을 시작한다.

- 아빠는 엄마 데리고 친구들 모임에 따라 가는데, 아빠는 엄마 친구들 모임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 아빠는 설날이나 추석날 놀기만 하는데 엄마는 명절 내내 할머니 집에 가서 일만 한다.

- 아빠는 일요일 날도 자주 외출하는데 엄마는 우리 때문에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한다.

- 아빠는 TV 같은 데서 예쁜 여자들 나오면 좋아하면서 엄마가 멋있는 남자가 좋다고 하면 아빠는 싫어한다.

- 아빠는 가끔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이 있어 늦게 집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엄마는 그런 일이 있어도 집에 일찍 들어와야만 한다.

- 아빠는 혼자서 마음대로 여행도 가는데 엄마는 혼자서는 절대 못 간다.

- 아빠는 많은 돈이 필요할 때 엄마에게 묻지 않고 쓰지만 엄마는 꼭 아빠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 아빠가 회사 일로 출장갈 때는 나 출장 가. 하지만 엄마는 아빠에게 나 출장가도 되요? 하고 허락을 받는다.

- 아빠는 회사 일로 늦으면 엄마가 수고했다고 하는데, 엄마가 회사 일로 늦으면 아빠에게 늘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 아빠는 벌써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똑같이 회사 다니는 엄마는 아직도 말단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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