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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1 17:25 수정 : 2005.05.11 17:25

‘아빠, 가려워’ 펴낸 만화가 김충희씨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병을 앓고 있는 데도 왜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걸까, 과학의 발달이 다 무슨 소용인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다가왔을까…. 아픈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시시각각 이런 물음에 직면한다. 만화가 김충희(38)씨도 그런 아빠다. 김씨는 돌 무렵부터 생긴 아토피 때문에 “가여워”(가려워)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딸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아빠, 가려워>(청년사)란 책을 냈다.

“아토피의 원인은 환경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환경문제와 아픈 사람과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담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를 목욕탕에 데리고 가 속 시원하게 등을 밀어주고 싶어한다. 목욕탕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간 사람들의 질타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 꿈은 언제나 꿈으로 머물고 말지만. 들이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 해도 병 때문에 여의치 않았고, 장애아들이 가는 어린이집에선 아토피가 장애가 아니라며 아이를 받지 않았다. 자연 요법으로 아이를 치유하려는 부부를 보고 아동 학대라며 꾸짖는 의사에게 기가 죽기도 했다. 각질로 범벅이 된 이불을 베란다에 널어 털면서 내심 가슴 뜨끔해하는 아빠의 가슴에는 가끔 불길이 일기도 했다. 술을 먹고 “아토피 미워!”라고 외치는 아빠의 모습에선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앞선다.

김씨는 작업실이 따로 없어 집에서 만화를 그린다. 글짓기 교사 일로 바쁜 엄마 대신 ‘전업주부’로 집안 일도 돌본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자다가도,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도 들이 아빠는 ‘진물과 각질이 버무려져 질질 흘러 넘치는’ 아이의 몸을 긁었다. 풍욕, 냉온욕, 찜질, 쑥목욕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물론 아이 엄마도 함께였다.

“제가 해보니 집 안에 갇혀 하루종일 아픈 아이와 복닥대다가 밤은 밤대로 긁는 아이를 건사하느라 잠과 싸워야 하는 엄마들의 고단함이 이해가 가더군요. 아빠들도 도와야 합니다. 아토피는 엄마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예요. 집안에 아픈 사람이 한 명만 있으면 집안 공기부터 달라지는 법인데, 가족간의 이해와 배려가 절실하죠.”

지금은 만 5살이 된 들이. 커가면서 서서히 증세가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토피는 실천하지 않고 입에만 담고 있었던 것들을 실천해야 한다는 생태적 메시지가 아닐까요. 지금부터 소유하고 지배하는 논리를 버리고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라는….”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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