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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3 19:41 수정 : 2005.05.13 19:41

서울고법, 1년줄여 “징역2년”

최근 법원이 남편을 사상케 한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또는 매맞는 아내 증후군)’를 인정해 형량을 깎아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여성계 등에서는 법원이 단순히 형을 깎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외국처럼 ‘매맞는 아내 증후군’을 정당방위나 면책사유로 삼아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고영한)는 13일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ㅇ(43)씨의 항소심에서 “가정폭력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을 앓던 ㅇ씨가 딸이 언젠가 성폭행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어머니로서의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사물 변별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잠든 남편의 목을 조른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보다 형량을 1년 낮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ㅇ씨의 남편은 10여년 동안 일주일에 2~3차례씩 술에 취하면 가족들을 때리고 아내를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12살 친딸을 성추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주흥)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ㅅ(47)씨에 대해 매맞는 아내 증후군을 인정한 첫 판결을 내리면서 1심 선고 형량인 징역 8년을 징역 5년으로 감형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ㅇ씨가 남편을 숨지게 한 것이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 또는 죄를 면책받을 수 있는 ‘긴급피난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혼이나 경찰신고, 외부 도움 요청 등 다른 해결 방법을 찾지 않고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것은 사회통념상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명숙 변호사는 “ㅇ씨가 구타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기도하는 등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이를 긴급피난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이미 ‘매맞는 아내 증후군’을 정당방위나 면책사유로 들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안에서도 ‘매맞는 아내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수원지법 성남지원 설민수 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1990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처럼, 가정폭력 피해자의 범죄행위를 우선 사면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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