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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4 17:45 수정 : 2005.05.24 17:45

‘양성평등지킴이상’ 받은
민노당 이덕준 보좌관

바빴다. 이덕준 보좌관(43·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실)은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손님에게 의자를 권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탕비실로 들어가 주스를 꺼내왔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 문화로 ‘악명’이 높은 뭇 국회의원실 풍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보통 다른 의원실이라면 남성 보좌관이 체면을 차리고 손님을 맞고 있을 때, 문가에 앉아 있던 여성 비서가 컵받침에 음료수를 받쳐들고 갖다준다. 전화벨이 울리면 가장 먼저 받는 이도 대개 여성 비서들이다.

현애자 의원실은 달랐다. 보통 수석보좌관은 자신의 책상을 일하기 좋은 안쪽에 놓기 마련인데, 그는 일부러 문 입구쪽 책상을 택했다. 전화받기, 민원상담, 신문스크랩 등 남들이 다 하기 싫어하는 ‘잡일’도 자주 그가 맡는다. 물컵이 보이면 치우고, 닦고, 뒷정리하는 일도 부지런하게 한다.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일, 누군가 해도 표시 나지 않는 일이다.

이 보좌관은 지난 20일 상을 받았다. 민주노동당 보좌관 협의회(노보협)가 주는 ‘양성평등지킴이상’이다. 이 상은 노보협이 성차별적인 문화가 팽배한 국회 안에서 모범이 되는 이를 발굴해 차별의 문화를 해소하려고 만들었다. 80여명의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은 내부설문조사와 투표를 거쳐 후보를 고른 뒤 이 보좌관을 뽑았다. 10명의 후보 가운데 이 보좌관은 투표인단의 절반이 넘는 ‘몰표’를 받았다.

“국회 문화가 남성중심적이에요. 술자리에서 남자들끼리 성적 농담을 주고받거나 남성중심의 문화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여성 보좌진이 의원 밥을 식당에서 타다 의원실로 갖다주는 일도 있고 우편물은 주로 여성 보좌관들이 챙겨옵니다.”

민주노동당 여성보좌관모임을 할 때 그는 10명 가운데 유일한 남자로 회의에 참석한다. 이 모임에서 성인지적관점과 여성문제를 공부하면서 남녀의 차별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자신에게 엄격하다. “아내에게 집안 일을 가지고 불평을 하면서 내 안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고 했다. 아내 이혜원(41·민주노동당부천시협의회 의장)씨와 맞벌이를 하는데, 요즘은 아내가 더 바빠 집안일도 그가 더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직책상 아내가 집에서 회의를 주재할 때면 자연스레 그가 음식을 마련하고 손님 접대를 한다. “지역 운동을 할 때도 실제로 실무는 여자들이 다 해내면서 폼나는 ‘장’은 남자들이 주로 하는 곳이 많아요. 여성들은 또 대표 구실을 맡지 않으려 하구요. 여성이 가진 능력을 그대로 인정받고,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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