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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4 17:48 수정 : 2005.05.24 17:48

연극으로 본 부부관계 해법

지난 21일 부부의 날.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는 흥미로운 연극이 상연되고 있었다. <부부 쿨하게 살기>. 재작년 처음 막을 올렸을 때 나흘 동안 전회 매진사례를 기록했고, 지난 4월께 서울가정법원 판사 15명과 가사조정위원 등 30여 명이 함께 공연을 관람해 화제가 됐던 연극이다. 관객들 가운데 연인 또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들이 많이 보였다. 20~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자가 직접 출연해 부부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한 달에 한번씩 부부싸움을 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몇 쌍이 손을 들었다. 이어 6개월에 한번씩, 1년에 1번씩, 2~3일마다 한번씩 부부싸움을 한다는 이들이 손을 들었다. 상담자가 물었다.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뭔가요?” 관객들은 입이라도 맞춘 양 대답했다. “매일 싸워요~.”

부부싸움 원인제공 남편이 하고, 시작은 아내가 한다=이날 연극을 이끈 한국결혼지능연구소의 부부상담전문가 윤인순씨는 “부부싸움을 촉발시키는 첫마디를 아내가 먼저 꺼내는 경우가 80%, 원인제공을 한 사람은 80%가 남편쪽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런 만큼 싸움은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의견의 절충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셈이다. 윤씨는 “흥분했을 땐 20~30분 동안 호흡을 하면서 심장박동을 가라앉히는 등 싸움의 원칙을 정해두라”고 했다. 자칫 흥분 때문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가 더 노력해야 한다=결혼 10년차 이해림(38·여·주부)씨는 상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감정을 배우자한테 얘기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남편이 상담을 받지 않으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여러 차례 설득과 회유 끝에 상담을 받긴 했지만, 남편이 상담자를 믿고 의지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남자는 피하려고 하지만, 여자는 해결하려고 애쓴다. 관계지향적인 여성에 비해 남성은 상황을 푸는 해법으로 싸움 아니면 도피를 떠올리는 심리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재)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의 박정희 연구원은 “여성들은 관계 개선을 위해 강연이나 상담 등을 받는 데 남성보다 적극적”이라며 “남성이 쉽게 부부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의 종류와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한다=하지만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부부 상담가인 존 고트먼 박사는 부부싸움의 69% 정도가 ‘지속되는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섹스, 육아, 가사노동 등 의견이 달라 서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몇 년 동안 갈등을 겪는 부부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조정할 수 없는 문제에 부닥쳐 결국 이혼을 결정하게 되었더라도 준비가 필요하다. 박정희 연구원은 “이혼을 앞둔 여성이라면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혼한 뒤에도 당당하려면 먼저 ‘온전한’ 가족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가족다양성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온전한’ 가족으로 살지 못하는 데 지레 주눅들 양이면 어렵더라도 이혼을 미루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부부 쿨하게 살기>의 대본을 직접 쓴 정신과 전문의 김준기 박사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갈등의 원인이 관계의 문제보다 각자의 내면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먼저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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