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29 18:06
수정 : 2005.05.29 18:06
“미군 기지촌 여성운동은 평화운동”
“무엇보다 기지촌 여성운동이 평화운동으로 인정받아 기쁘다. 기지촌 여성운동을 제대로 평가하고 자리매김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여성인권과 평화운동에 헌신했던 고 이우정 선생을 기리는 취지에서 지난해 제정된 ‘이우정 평화상’의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기지촌 여성 지원단체 ‘두레방’의 유영님(52) 원장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두레방’은 1986년에 문동환 목사의 부인인 문혜림(70) 여사가 미국 기독교단의 선교자금으로 설립한 기지촌여성 자활단체로, 20년 가까이 긴급 의료 지원와 임금 체불문제 해결 등 기지촌 여성 지원 활동을 펴왔다.
유 원장은 “기지촌 여성들은 최근 몇년 동안 규모가 많이 줄어들고 한국인 종사 여성도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문제’란 한국인 성매매 여성을 대체한 ‘이주 여성’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것. 대부분 동남아 등지에서 엔터테인먼트 비자로 들어온 이들은 일반 직장에도 취직할 수 없어 임금 체불 등 불이익을 겪어도 호소할 곳이 없다.
“당국에 신고했다가는 밀린 월급을 받기는커녕 곧바로 강제 출국된다. 궁극적으로는 기지촌 주변 성매매가 근절돼야 하지만, 우선은 이들 성매매 여성들에게 한시적인 비자를 발급해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유 원장의 이런 문제 의식은 국제적으로도 확장됐다. “미군 기지촌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군범죄, 기지촌 성매매, 환경오염, 혼혈아 문제, 불평등한 소파 규정 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마다 존재하는 문제다.”
“미군 기지촌으로 인한 피해자는 결국 힘없는 여성과 아이들이다. 우리 단체의 활동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볼 때 마다 보람을 느낀다. 요즘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평화와 여성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상금 500만원은 ‘두레방’을 통해 기지촌 여성들을 지원하는데 사용하겠다”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여성민우회를 거쳐 1997년 ‘두레방’ 활동을 시작한 그는 ‘주한미군범죄 근절 운동본부’ 운영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으며, 경기여성연대 공동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02-929-4846.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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