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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31 17:55 수정 : 2005.05.31 17:55

정재훈(왼쪽) 황정희씨가 ‘여성엔지오활동가를 위한 몸살리기 과정’ 첫날인 지난 20일 참석자들과 굳은 몸을 풀고 맺힌 곳을 찾기 위한 동작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여성 몸 살리기 나선 황정희·정재훈씨

두 남자. 황정희(45)씨와 정재훈(39)씨는 몸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요즈음엔 여성의 몸에 관심이 많다. 이상한 생각은 금물. 여성들이 몸에서 시작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주위와 세상을 살리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게 이들의 꿈이다. 두 사람은 최근 ‘여성엔지오활동가를 위한 몸살리기 과정’을 열었다.

27일 서울 남대문시장 건너편 삼선빌딩 809호에서 열린 몸살리기 과정. 10여 명의 참석자들은 먼저 목, 어깨, 팔목 등 신체 관절 부위를 움직이며 풀어준다. 두 사람은 참석자들의 동작을 살피며 개인별로 맺힌 부위를 풀어주고 각자에 맞는 요가 자세를 알려 주기도 한다. 이어 호흡과 명상. 참석자들에게 편안하게 누워 자신의 몸을 느끼도록 한다. 어찌보면 요가나 기수련 단체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다.

“수련은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가까이 있는 의료기관은 몸을 너무 기계적으로 봅니다. 몸 안에는 조금만 돌봐주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몸이 좋아지면 마음도 평화로워집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거기서 비롯되지요.”

이들도 젊은 시절 몸을 잊고 살았다. 87년 6월 무더웠던 도심 속에 그들도 있었다. 바꿔야할 세상은 언제나 몸 밖에 있었다.

“건강이 나빠지면서 고민이 됐습니다. 좋은 일을 하는데 몸은 자꾸 아프고 내면에서는 평화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좋은 세상 만들고 싶어…노력하는데 자꾸 아파
몸과 마음 관계 고민 시작

황씨는 87년 6월항쟁의 소용돌이를 지난 뒤 고민을 시작했다.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여러 수련 단체를 찾아다니면서 몸과 마음에 대해 알게 됐다. 그 때 대학교의 한 모임에서 정씨를 만났다. 생각이 맞았다.

특히 황씨는 어머니의 암 치유 과정을 보면서 마음의 힘에 대해 놀라운 경험도 했다. 92년 그의 어머니는 자궁암 3기로 수술도 불가능해 방사선 치료를 24회 정도 해볼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몸과 마음을 공부하고 있던 그였지만 어쩔 줄을 몰랐다. 방사선 치료를 세 차례 정도 받은 뒤 어머니는 백혈구 수치가 크게 떨어져 회복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황씨는 어머니 몸을 통해 한 사람이 살아온 이력, 특히 사람 사이의 관계를 봤다.

“지난 가족생활을 돌아보니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식들이 모든 스트레스를 어머니에게 쏟아 놓았더라구요.”

가족회의를 열어 모두들 어머니에게 각자 잘못을 사과하도록 했다. “어머니는 ‘아프니까 가족들의 사랑도 받고 너무 좋고 이제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다’고 기뻐하시더군요.” 그렇게 생활한 지 두 달. 어떤 치료도 하지 않았지만 황씨 어머니의 몸에서 기적처럼 암세포가 사라졌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황씨는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정씨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명지대 체육학과 대학원에 들어가 몸과 마음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고 이제 자신들의 경험을 세상에 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험한 일을 하는, 황씨의 어머니같은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강좌를 시작한 이유다. 장소는 여성들의 자활에 관심이 많은 김진 목사가 개인 공간을 제공했다. 이들은 앞으로 엔지오 활동가를 대상으로 몸살림 순회강좌도 열 생각이다.

“민주화와 사회의 성숙은 내적인 평화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이 남을 사회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랑은 몸에서 시작하면 쉽고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02)825-1080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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