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크는 엄마〉를 펴낸 미술치료사 박승숙씨는 “아이를 가졌을 땐 두려웠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몰랐던 세상의 반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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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사 박승숙씨 육아책 펴내 미술치료사이자 저술가로 유명한 박승숙씨가 아이를 낳아기르며 겪은 일을 책으로 펴냈다. <아이와 함께 크는 엄마>(들녘)에서 그는 엄마가 되기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에게 “아이가 당신을 키워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 자신도 “아이를 갖고 난 뒤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다.”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본 경험자로, 미술치료사로 남의 아픔을 달래고 자아의 성장 과정을 돕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그 역시 엄마가 되는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셈이다. 그는 이 책에서 마치 고해성사하듯 담담히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우는 아이를 창밖으로 던지고 싶다’는 엄마들의 은밀하고도 일반적인 고백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아이라는 존재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아이가 나에게 조롱조롱 매달려있는 것을 보면서 하루 1시간만 혼자 있으면 책을 쓰거나 일을 하겠다 싶었어요. 어느새 내가 1시간에 목매고 사는 사람이 됐구나 싶었지요.”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3살 무렵 남편과 헤어졌을 때 박씨는 더욱 그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아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됐다. 이혼한 지 반년 뒤쯤 아이는 그림으로 말 못하는 자신의 심경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느낌의 그림을 그려놓고 아이는 “다람쥐 두 마리의 가슴에 피가 난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이가 자신이 받은 상처를 표현조차 하지 않은 채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어리지만 아이도 감정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었다. 일을 줄이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 마음을 쏟았다. 그렇게 오롯한 엄마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자 자신 안에 깃들여 있던 모성이 보였다. 어머니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박씨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편지까지 썼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는 늘 어머니가 좀 더 훌륭한 분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어머니가 나에게 딱 맞는 엄마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가 엄마들에게 정말 말하고 싶은 건 열린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라는 것이다. 엄마들이 마음을 열면 아이를 통해 필요한 것을 배우게 되고, 정체 모를 육아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일도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엄마가 괜히 큰 존재겠어요? 눈을 뜨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신이 온전한 가정을 가져본 경험이 없다고 해서, 부족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걱정하진 말았으면 해요. 아이가 엄마를 키워줍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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