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학대회를 마친 외국 여성학자들이 지난 25일 한국의 비구니 강원을 찾았다. 스님이 외국인들에게 차마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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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 강단 찾아 여성 연대감 체험 산모롱이를 돌자 안개에 휩싸인 사찰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원더풀!”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지난 25일, 세계 여성학자들이 한국의 한 비구니 강원을 찾았다. 대안문화단체인 ‘또 하나의 문화’가 연 이 여행 프로그램은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여성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세계여성학대회를 마친 외국 학자 30여명이 참가 신청을 냈다. 이들이 첫 여행지로 삼은 곳은 경북 김천의 청암사. 갓 출가해 사미니(예비승려)계를 받은 승려 100여명이 4년 동안 독송, 간경, 염불, 기도, 공양, 예불 등의 수행을 배우는 4년 과정의 승가대학이다. 본격적인 승려 생활을 준비하는 곳이라 외부 사람들에게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곳이다. 통역과 안내를 위해 일주문까지 나온 승려들은 뜻밖에도 ‘푸른눈’의 비구니다. 자은 스님과 도림 스님은 각각 캐나다와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어린 아이처럼 맑은 수행자의 얼굴에 반가움의 기색이 잠시 스쳤다. 이들의 안내에 따라 여성학자들은 대강 절을 둘러본 다음, 차 한 잔을 놓고 20여명의 승려들과 마주앉았다. “왜 머리를 깎으시나요?” “번뇌와 망상, 머리카락은 무명초라 하지요. 세속의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삭발을 하지요. 수행 의지를 나타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합장은 왜 하나요?” “흐트러진 마음을 모아 공경을 표하려고요. 마음을 모으는 일과 더불어 나와 남이 진리 아래 하나라는 걸 나타내지요.” “이 차는 뭔가요?” “뽕잎차, 연잎차, 녹차입니다. 쑥개떡도 맛있어요.” 승려들이 직접 만든 차를 마시며 이들은 불교의 갈래와 분류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윽고 식사 시간, 수행자들이 직접 정성껏 길러낸 채소만으로 차린 식탁에 앉아 학자들은 다시 한번 탄성을 질렀다. 주지 상덕 스님은 청암사의 분위기를 전하며 “부처님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신 것은 하늘의 큰 뜻 아래 사람은 누구나 존귀하다는 뜻”이라며 불교의 기본 가르침을 설명했다. 칠레에서 왔다는 컨설턴트 모니카 무노즈바르가스는 “스님들의 정성과 수행 정신에 감탄했다”며 “여성을 수행자로 인정하지 않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에 비구니 승단이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했다. 청암사를 떠난 이들은 해인사, 길상사 등을 들러 절 수행을 체험하고 공동체를 방문했다. ‘또 하나의 문화’ 최이윤정 사무국장은 “여성주의 여행으로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의 여성이 서로 만나 같은 시공간에서 연대감을 기를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도 서울투어, 여성불교문화체험, 고정희 남도 여행 등 다양한 종류의 여성주의 여행 프로그램을 보완·추진해 다양한 대안여행문화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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